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 장영희 교수의 청춘들을 위한 문학과 인생 강의
장영희 지음 / 예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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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고에 꽂힌 이 책을 보고 냉큼 대출받았다.

집에 와서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책장을 덮어버렸다.

한꺼번에 읽기엔 너무 아까운 책...

반납일을 의식하면서 읽고 싶지 않은 책...

내 분신처럼 곁에 두고 싶은 책...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곧바로 책을 주문하고 내 손에 들어왔지만 서둘러 달려들지 않았다.

책장에 꽂아두고 눈 맞추기만 한참 했다.

언제 어떻게 읽는 게 좋을까...?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란 책을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발견하고 대출했다가 바로 반납해버리고선 책장에 모셔둔 적이 있는데요. 그때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다이어리에 이렇게 적었더군요. 서둘러, 허겁지겁 한꺼번에 삼키지 말고 맛을 음미하듯 조금씩 야금야금 아껴서 읽어야 하는 글이라고. 이후로 그녀의 책은 반드시 구입해서 보고 있는데요. 최근에 신간이 출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란 책인데요. 책날개를 보니 장영희 교수가 생전에 ‘청소년을 위한 인문특강, 문학편’에서 강의한 내용을 녹취해서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강의를 적접 듣고 싶었지만 이제 그럴 수도 없어서 늘 마음이 안타까웠는데 이런 기회를 만나게 되다니. 더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책은 크게 ‘문학의 숲에서 사랑을 배우다’ ‘책을 읽는 것은 꿈을 품는 일이다’ ‘밑지는 사랑은 없다’ ‘나의 삶, 나의 문학(Q&A)'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생전에 문학전도사라 불리었던 그녀는 문학이란 무엇이며 왜 우리는 문학을 읽어야 하는지, 문학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행을 미치는지 밝고 편안하고 그러면서도 확신에 찬 말투로 이야기를 건넵니다. 그 첫 번째 예로 이야기한 것이 좁고 가파른 언덕길에 할머니 한 분이 폐지로 가득한 수레를 끌고 가는 바람에 도로정체가 일어났을 때ㅡ<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주세요>라는 그림책이 생각나더군요ㅡ운전자들의 반응이었는데요. 저자는 우리 인간이 지닌 감정은 세계 누구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문학작품을 통해 순화하고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 ‘문학작품을 통해 내가 남이 되는 연습을 하게 된다’고 말이지요. 그러면서 강조합니다. 두뇌가 유연한 젊은 나이에 문학을 공부하고 문학적 표현과 상상력을 발휘해 보라구요.


저자는 말합니다. 문학은 ‘How to live & How to love’.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거라고.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전쟁의 폐해와 아픔이 전부가 아니라고. 그보다 좀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인간의 감정, 본성에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전하고자 했다고. 세계 어느 나라든, 어떤 일이든 직접 가보지 않아도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한 권의 책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무엇이든 검색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반드시 읽어야 된다고.


소아마비로 장애를 안아야했고 암으로 오랫동안 힘든 투병생활을 해야 했던 장영희 교수. 하지만 그녀의 글에서는 어둠이나 그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힘겹지만 자신에겐 문학이 있기에, 희망 또한 언제나 존재한다면서 고난이나 역경이 닥칠 때면 문학작품이 큰 힘이 되어 줄 거라고 말합니다. 꾸준한 독서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생각을 유연하게 하다보면 삶은 훨씬 풍성해질 거라고 말이지요.


천천히 읽어야지. 천천히 읽어야지. 수천 번 되뇌었지만 실천하기가 무척이나 힘겨웠습니다. 읽는 순간 가슴에, 마음에 어느샌가 스며드는 글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드는 자신을 수시로 발견하곤 했습니다. 결코 길지 않은 짧은 글이지만 읽고 나면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마음이 포근하고 때론 먹먹해져서 자꾸만 시선이 먼 데를 향하게 되더군요. 그녀가 떠난 지 어느새 3년이 지났습니다. 다시 한 번 그녀의 글을, 이야기를 만나봐야겠습니다. 이번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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