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이탈리아 기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 늘 생각합니다. 일 년 365일, 명절이나 가족의 생일 같은 날을 제외하고는 변함없이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내 나이 벌써 중년을 훌쩍 넘겼고’ ‘결혼 14년차인데’ ‘나 혼자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조차 없는 걸까?’ ‘때론 과감하게 폭탄선언을 해볼까?’ 하지만 현재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볼 때 ‘여행’이나 ‘떠남’은 언제나 저와는 거리가 먼 얘기였기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생각으로 그치고 맙니다.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의 손에 들고 한동안 넋을 잃고 표지를 봤습니다. 지금까지 봤던 영화와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에서 스쳐지나가듯 마주쳤던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지난밤의 어둠이 물러가는 시각, 그곳에 서 있다면 금방이라도 내 발을 적실 듯 가득 차오른 물 위에 몇 대의 곤돌라가 넘실대고 뾰족하고 그 뒤로 늘어선 둥근 탑을 한 신전 혹은 성당의 모습은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 했습니다. 여긴 도대체 어디지? 이 땅 어디에 이런 곳이 있는걸까?


골목길 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는 푸른 회색빛 바다와 몽환적인 안개에 싸여 있어 마치 구름 위에 부유하는 도시를 걷고 있는 착각이 들게 했다. 베네치아를 염세적이고 비현실 세계로 이끄는 것으로 이 새벽길만 한 것이 없는 듯했다. - 33쪽. 


책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시작으로 북부전원도시인 비첸차, 프리울리, 볼로냐를 여행한 다음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와 인류의 위대한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숨결이 깃든 중부의 매혹적인 도시를 거쳐 ‘역사의 도시 로마’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책을 읽기 전에 품었던 저의 의문은 본문에 들어가면서 금방 풀렸습니다. 베네치아에서도 유명한 ‘동화속의 배’ 곤돌라와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이 도시를 본 사람이라면 그 아름다움에 누구나 감탄하고 매료되지만 저자는 아니었나 봐요. 뭐든지 턱없이 비싼데다 극성스런 모기떼 때문에 크게 감동을 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물론 저자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전 저자가 부러웠습니다.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내 시야에 담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첸차를 비롯한 북부 전원도시 편에서는 고딕이나 로마네스크 같은 건축양식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학창시절 잠깐 배웠던 것을 다시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국제 그림책 원화전’으로 유명한 볼로냐를 저자는 신혼부부가 피해야할 여행지로 꼽아서 의아했는데요. 그 이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육감적인 몸매와 지성을 겸비한 여성들이 가장 많은 도시’가 바로 볼로냐라는 거지요. 글쎄요. 신혼부부도 그렇지만 그보다 중년의 부부가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탈리아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특히, 토스카나는 사람을 두 번 미치게 한다. 도착할 때 한 번, 떠날 때 다시 한 번. - 5쪽.


책의 초반, 저자는 자신이 이탈리아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은 ‘세계 역사상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상이자 사건’인 르네상스의 도시인 피렌체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데요. 17~8세기 영국의 귀족층 자제들은 엘리트 교육의 최종단계로 세계문물을 익히는 여행인 ‘그랜드 투어’에 대해 설명하면서 독자에게 그랜드 투어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보라고 권합니다. 도시 자체가 르네상스 박물관인 피렌체의 피에솔레 언덕에 올라보고 피렌체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거대한 붉은색 돔으로 유명한 두오모 대성당(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으로 이끕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서로의 예술적인 시각의 차이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는 일화와 <모나리자> 도난 사건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최도성님의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가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처음 <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를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여행서인데도 불구하고, 여행서가 아닌 느낌이랄까요?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유럽을 소개하면서 이름난 명소가 어딘지, 그곳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는지 지도로 일러주고 피곤한 몸을 누일 숙소와 여행의 큰 재미인 맛난 먹거리를 조목조목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스페인을 만나고 동유럽을 만나고 이번엔 드디어, 이탈리아를 만났습니다. 다음은 어디일까요?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댑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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