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CSI - 치밀한 범죄자를 추적하는 한국형 과학수사의 모든 것
표창원.유제설 지음 / 북라이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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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난다. 추리나 미스터리 소설를 좋아하는 만큼 영화나 드라마도 범죄수사나 스릴러류를 즐겨봤는데 둘째를 임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남편이 <CSI>시리즈 같은 범죄수사 드라마가 태교에 좋지 않으니 보지 말라며 태클을 가했다. 그전까지 즐겨 보던 것을 갑자기 보지 말라니 이런 억지가 어딨나 싶었지만 남편의 말이 이해는 됐다. 임산부가 잔인한 범죄와 낭자한 피를 봐서 뭐가 좋겠는가. 끊으라면 끊지 뭐. 그런데 둘째를 낳고 보니 어느새 <CSI>와 같은 과학수사물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과학수사물 붐이 일었는데 가끔 그런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수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드라마에서처럼 미궁으로 빠질 수 있는 사건을 사소한 단서 하나로 해결하는 일이 실제 우리나라도 있을까?


그러다 지난달이었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의 국내 1호 ‘프로파일러’으로 알려진 이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괴물,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흉악범들을 만나 그들에게서 사건동기부터 수법, 원인을 캐내는 게 그의 주된 임무인데 그가 인터뷰한 범죄자만 700여명에 이른다니 놀라웠다. 또 한국 최초 법의학자의 책이 출간되면서 우리나라의 법의학과 과학수사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또 한 권의 책이 출간됐다. 이번엔 프로파일러와 과학수사대원이 함께 출간한 책 <한국의 CSI>이 그것이다.


책은 수사의 진행방식에 따라 ‘현장 감식, 모든 수사의 출발점’ ‘지문, 감춰진 범죄자의 흔적’ ‘DNA, 살인자의 또 다른 얼굴’ ‘혈흔 형태 분석, 범죄 상황의 생생한 증언’ ‘미세 증거, 범인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증거’ ‘검시, 사체가 말하는 진실’ ‘화재 감식, 화염으로도 감출 수 없는 범죄’ 일곱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파트에 따라 세부적으로 어떤 도구를 이용해서 어떻게 수사를 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범인이 무심코 흘린 휴지조각이나 땀 한 방울, 미세한 지문을 통해 완전범죄에 가까운 사건의 전말이 하나씩 드러난다.


‘한국형 과학수사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에서처럼 책은 과학수사의 모든 것에 대해 알려준다. 드라마와 현실 속의 CSI가 어떻게 다른지, CSI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사건과 실패한 사례, 현장감식이나 지문감식, DNA 분석, 혈흔 형태 분석 등 과학수사의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로 알려진 이들의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어서 과학수사 현장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인기가수의 갑작스런 의문의 죽음에 관해서였다. 과학수사가 개념조차 없던 때에 일어난 사건으로 난항을 거듭하던 수사는 사람들의 입에 화제가 되어 오르내리고 했던 기억이 난다. ‘치과의사 모녀살해사건’과 유사한 ‘만삭 의사부인 살해사건’도 충격적이었다. 의사가족이 살해된 것 외에 여러 부분에서 서로 겹치는 두 사건이지만 16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의 과학수사도 얼마나 발전하였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오늘 마침 이런 기사가 눈에 띄었다. 열 달 전에 실종된 일가족의 딸로 추정되는 10대 소녀의 유골 2구가 경기도의 한 야산에서 발견되었다는 것. 문제는 부모도 함께 실종됐는데 딸 둘의 유골만 발견되어 부모의 행방을 찾는데 모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된 사건일까? 일가족이 실종된 원인은 무엇이고 딸들의 유골만 발견된 건 또 무슨 의미일까. 의문이 점점 불거진다. 모쪼록 이 사건이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지 않길 바란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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