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빼앗긴 사람들 - 생체 리듬을 무시하고 사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
틸 뢰네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난 올빼미다. 오전엔 내내 해롱거리다가 해가 어스름하게 넘어갈 쯤부터 기가 살기 시작, 자정에 임박해서 정점을 찍는다. 시간은 이미 오늘에서 내일로 넘어갔지만 나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잘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좀 더 보낸 후에야 잠자리에 든다. 그때가 대략 새벽 3~4시. 때론 해가 뜨기 직전 밖이 밝아질 무렵이 되기도 하지만. 여하튼 난 이런 생활리듬, 패턴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나의 생활리듬은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다름아닌 시댁 식구들이 전형적인 종달새, 아침형 인간이었던 것. 저녁 9시 뉴스가 끝나기도 전에 모두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불 끄고 잠자리에 눕는 걸 보면서 난 황당과 당황 사이를 오갔다. “아니, 뭐야. 왜들 벌써 자?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항의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따라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정신은 말똥말똥...죽을 맛이었다. 아이 낳고서는 더 심해졌다. 어린 아기 때는 밤낮없이 수시로 빽빽 울어대더니 자라선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를 보면서 시어머니는 툭하면 “어미가 밤에 잠 안자고 있으니 애들이 저렇지!”라며 면박을 주셨다. 오기가 생겼다. 좋다! 그럼 애들 깨어있을 때 나도 깨어있지. 이후 나는 새벽 서너 시에 잠들어서 일곱 시쯤 일어나 아이들을 챙겼다. 완벽에 가깝게.




하지만 원더우먼이 될 수는 없었다. 몸에 서서히 이상이 생기더니 몇 년 전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수시로 편두통과 감기에 시달렸다. 급기야 한의원에서 침 맞고 뜸을 뜨는 약 한 시간 동안 내내 가위 눌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건 정말 사는 게 아니란 생각, ‘밤에 제발 잠 좀 자라’는 의사 말에 한동안 취침시간을 자정으로 당겼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울했다. 왜 그럴까? 도대체 나의 무엇이 문제인걸까?




최근에 만난 책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이 좋은 실마리가 되었다. 시간생물학자인 저자는 우리 인간을 비롯해 모든 생물체들은 몸속에 시계(체내 시계)가 있어서 그것을 거스를 경우 건강을 해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인간이 그 체내 시계의 흐름에 따라 잠을 자고 깨어있는 게 정말 힘들다는 데 있다. 출퇴근과 등하교 시간이 정해져있듯이 우리는 일상 속에서는 수많은 시간의 제약이 존재한다. 어쩌다 야근이나 원거리 출장이라도 다녀오고 나면 생체리듬은 여지없이 깨어져서 평범한 일상으로 회복하기가 정말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이 생체 시계는 언제부터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을까? 저자는 인간이 태양의 뜨고 짐에 맞춰 살아갈 때는 별다른 문제없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단 시간에 먼 거리를 여행할 수 있게 된 대사건, 철도의 발명으로 인해 우리의 생체 시계가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거기에 밤이 되어도 환한 도시와 공장의 빛은 점점 우리가 태양의 움직임과는 무관한 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우리의 체내 시계가 서서히 틀어지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이런 얘길 한다. 바로 우리 인간의 외모와 성격이 모두 제각각이듯 각자 체내 시계의 리듬도 저마다 다르다고. 거기다 그 유형이 새벽형, 올빼미형 단 두 가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무수히 많은 인간처럼 다양한 체내 시계가 존재하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진행되는지 저자는 여러 사례와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이를테면 평소 생활하면서 느꼈던 것들, 하루 중 유독 점심 때 졸리는 건 뭔지, 십대 청소년들은 왜 그다지도 아침에 깨어나기 힘들어하는지... 이런 의문들에 대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나처럼 올빼미형 인간이 일반 사회 시간과의 간극을 어떻게 하면 좁힐 수 있는지 그 해결책 또한 제시하고 있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시계에 관한 이야기다. 돈 주고 사서 손목에 차고 다니거나 벽에 걸어놓는 시계가 아니라, 우리 신체 안에서 똑딱거리는 시계에 관한 이야기다.(6쪽)’ 자신의 몸속에서 째깍거리며 움직이는 체내 시계에 대해, 그 비밀이 알고 싶다면, 그 체내 시계가 다른 이와 다른 움직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에서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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