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로 산다는 것 - 우리 시대 작가 17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글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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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쌍, 30여개의 눈을 바라본다. 나와 시선을 마주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아래로 시선을 향하거나 눈을 감은 사람, 독특한 안경을 쓴 탓에 그 속의 눈을 바라볼 수조차 없는 사람이 있다. 표정도 각양각생이다. 웃는 눈을 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무표정인 사람, 오히려 독자인 나를 관찰하듯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의 이름은 단박에 알아냈다. 나머지는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나중에 자세히 보니 사진 옆에 자그맣게 이름이 있었다) 알고 싶었다. 얼굴 중에서 드러난 건 오로지 눈뿐이지만 개성적인 시선과 모습, 표정을 지닌 17명의 사람들. 그들의 공통분모인 다름아닌 소설가였기에. 그들을 알고 싶었다. 소설가인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소설가로 산다는 것>. 제목에서부터 강하게 끌렸다. 소설가로서의 일상은 어떨까? 늘 알고 싶었다. 그런데 책이 담고 있는 것은 ‘우리시대 작가 17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글’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가로서의 삶이라기보다 글을 쓰는 방식, 일상이었다. 예상과 다른 전개가 처음엔 조금 아쉬웠지만 어찌 보면 내겐 더 이득이었다. 소설가들에겐 글 쓰는 것 자체가 일상이고 삶일 테니까.




책에는 우리 시대의 작가 17명(김경욱, 김애란, 김연수, 김인숙, 김종광, 김훈, 박민규, 서하진, 심윤경, 윤성희, 윤영수, 이순원, 이혜경, 전경린, 하성란, 한창훈, 함정임, 가나다순)이 자신의 소설과 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떤 순서로 볼까? 고민이 됐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순서대로? 아서라. 니가 아는 작가가 얼마나 된다고. 말이 되는 소릴해... 그래, 맞어. 그냥 순서대로 읽자.




처음으로 만난 김경욱은 일본작가의 자살에 대한 얘기가 흥미로웠지만 왠지 어려웠고(조만간 그의 <위험한 독서>를 읽으려고 했는데 왠지 각오를 해야 할 듯...) 중고서점에서 구한 <언어학사>라는 책 속에서 예전에 그 책을 소유했던 연인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전화까지 걸고 마는 김애란, 그녀에게선 왠지 정이 느껴졌다. 고교시절 멍청한 이름의 밴드를 결성했던 전력을 지닌 김연수는 글을 쓸 때 언제나 노래와 음악을 찾아헤매고(그의 <7번 국도>에서도 비틀즈의 ‘Route 7’란 가공의 노래가 나왔다) 김인숙은 마치 퍼즐을 하듯 머나먼 타국을 여행하면서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자아냈다. 박민규는 그의 소설만큼이나 솔직하고도 파격적이었고 ‘추억’이란 단어와 잘 어울리는 이순원은 역시 어린 시절의 꿈과 추억, 경험들이 이야기의 씨앗이라는데 그가 앞으로 그려낼 사람들이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소설가들이 털어놓는 자신만의 창작론과 일상은 17명 작가의 개성만큼이나 각양각색이고 흥미로웠는데 그 중에서도 김훈과 심윤경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오십 지천명의 나이를 넘겨서 소설을 시작한 이후로 굵직굵직한 작품을 연이어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가리켜 ‘이야기꾼이 아니’라고 하는 김훈. 그는 자신의 시선이 닿는 장면, 귓가에 머무는 소리들을 글로, 모국어로 나타내고자 하는 천상 이야기꾼이었다. 별자리점에서 나타난 운명처럼 글을 쓰는 심윤경. 그녀가 생물학도였다니. 미처 몰랐다. 그녀에게 생물학보다 문학이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해준 것이 그녀의 남편이었다는 대목에서 또 한 명의 생물학도인 나는 갑자기 실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나한테 생물학과 문학 중에서 뭐가 어울리냐고 남편에게 한번 물어볼까? 보나마나 뜬금없는 소리한다고 핀잔이나 늘어놓을테지.




책읽기의 폭이 좁은데다 내공도 깊지 못해서 17명의 작가 모두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가슴에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면서 내 속엔 하나의 질문이 자리를 잡았다. 난 왜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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