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고풍스런 탑(?) 혹은 성당을 뒤로 하고 카메라를 목에 걸고 서 있던 남자. 그는 여러모로 이상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모자와 안경, 그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쑥한 양복. 그런 그에게서 제 시선이 향한 곳은 눈이었습니다. 어딘가 쓸쓸하고 외로움이 느껴지는 눈매. 그리고 붉은 손. 저 붉은 건, 혹시 피?? 잘 나가는 변호사였던 남자. 하지만 아내와 이웃의 사진가의 불륜을 알게 되면서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저지르고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데요. 낯선 마을에서 우연히 찍은 사진 한 장으로 그는 유명인사가 되어 버립니다. 그가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끝까지 책장을 넘겼던 책이 바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였습니다.




처음 만난 책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얼마전에 출간된 <모멘트>가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길게 이어진 담장을 경계로 이쪽과 저쪽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남자와 여자. 그들의 모습에서 짙은 아픔이 배어나왔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분명해보이는 이들. 대체 저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소설은 한 남자가 이혼서류를 받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의 이름은 토마스. 사랑했던 여인 잔과 결혼했지만 그들은 어느새 서로에게서 너무 멀어진 자신을 발견합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합니다. 사이가 원만하지 않은 부모 사이에서 우울한 성장기를 보낸 그였기에 이혼은 더 충격이었는데요.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우편물이 도착합니다. 독일우체국의 소인과 우표, 주소, 이름... 그는 순간 멈칫하면서도 이내 그것의 의미를 짐작합니다. 그의 잊었진 과거, 그러나 결코 잊을 수 없던 과거를... 




이후 소설은 그의 지난날을 비춰줍니다. 사랑으로 인한 아픔과 두려움을 피해 달아난 이집트를 여행. 그때의 경험을 책으로 엮은 그는 또 다른 책을 기획합니다. 서독과 동독으로 나누어진 독일. 동서로 분단된 아픔이 서린 ‘베를린’이 그의 주된 아이템이었습니다. 동독에 위치한 베를린.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나뉜 도시에서의 일상을 소재로 한 소설 같은 기행문을 쓰기 위해 그는 베를린으로 향하는데요. 그에게 다시 한 번 운명 같은 사랑이 다가옵니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라. 그들은 처음 만난 순간 서로에게 매료되고 맙니다. 낯선 도시에서의 사랑. 다소 머뭇거리지만 그들은 이내 깊은 사랑을 나누는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토마스는 페트라가 지닌 아픔과 슬픔, 비밀까지 모두 감싸안아줍니다. 그런 토마스에게 페트라는 깊은 사랑과 위안을 얻고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데요. 그런 어느날 그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찾아들면서 그들의 사랑과 행복, 미래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맙니다. 과연 페트라에게 어떤 비밀이 있었던 걸까요?


다시 만난 더글러스 케네디는 우리에게 사랑이야기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사랑했지만 헤어진 연인들. 텔레비전의 드라마나 로맨스 소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인데요. 그것을 저자는 동서로 나뉜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 변화를 줬습니다. 이념의 대립과 갈등, 그로인한 아픔과 상처... 이런 것들을 저자는 소리 없이 펼쳐 보이는데요. 이야기의 전개나 결말에 있어서 완벽하게 흡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은 느낌입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