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길 1 - 노몬한의 조선인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가 내려놓았습니다.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거든요. 컴퓨터를 켜고 찾는 것을 적어 넣었습니다. 무한한 정보의 바다 속에 제가 찾던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 장의 흑백사진. 그 속엔 낡은 군복을 입은 지친 표정의 동양인이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의 노르망디에서 미군의 포로로 잡힌 조선인. 그는 어떻게 해서 독일군이 되었을까요?




한 방송국 PD가 추석 특집으로 탈북자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그는 프로그램의 자료와 도움을 받고자 탈북자 지원 단체에 문의를 하는데요. 거기서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삼대가 탈북을 시도했는데 가족 모두 죽고 할아버지 한 명만 살아남았다고. 문제는 그 노인마저 폐암 말기 시한부 환자라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짧고 간단한 얘기지만 그 속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직감한 PD는 노인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노인은 PD를 본체만체 말 한마디 건네지 않습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났을 때 노인은 말문을 엽니다. 가족들과 목숨을 걸고 압록강을 넘어 탈북 하던 때, 그리고 그의 아버지 얘기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아들과 함께 여유로운 때를 보내던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김길수, 그의 아들 건우는 여덟 살이었습니다. 대장장이로 일하면서 간신히 끼니를 해결하는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그들은 행복했습니다. 엄마 없이 지내지만 구김 없이 자라는 착하고 의젓한 아들을 위해 길수는 생일 선물로 손수 피리를 만듭니다. 기뻐할 건우 얼굴을 떠올리면서. 하지만 건우의 생일날, 길수는 건우에게 생일선물을 건네지 못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수는 징집병의 수를 맞추기 위해 혈안이 된 일본군에게 잡히고 강제 징집되어 트럭에 태워지는데요. 그것이 길수와 건우, 아버지와 아들의 기나긴 이별의 시작이었습니다.




한편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가족을 떠난 길수의 아내, 길화는 ‘붉은 여우’라는 별명으로 게릴라전에 나섭니다. 남자들이 대부분인 부대원 속에서 길화는 무거운 총을 휘두르며 깊고 험한 산속을 누비는데요. 기습공격으로 잡은 일본군 포로 중의 장교에게서 관동군 지원병력이 며칠 뒤 도착한다는 첩보를 얻게 됩니다. 전쟁물자와 징집병들이 기차로 도착한다는 첩보에 그들은 선로를 폭발할 계획을 세웁니다. 문제의 열차에 조선인 징집병 수백 명이 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그들은 동포의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작전을 수행하기로 합니다. 자신의 남편, 길수가 기차에 탔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체.




일본군으로 징집되어 전투에 나갔다가 소련군에게 잡히고 거기서 소련군의 신분으로 나간 전쟁에서 또다시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또다시 독일군이 되는 실제 인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조선인의 이야기를 예전에 조정래의 <오, 하느님>이란 작품을 통해 만난 적이 있습니다. 같은 인물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가 이번이 두 번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길수의 기구한 운명에 슬픔과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아니, 김길수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장남인 형 대신 만주행 열차에 오른 열네 살 소년병 영수, 사랑하는 명선을 지키기 위해 자원해서 입대한 정대, 바로 그 정대가 있는 부대의 위안부가 되어버린 명선... 이들의 삶을 통해 힘없는 나라의 국민이기에 겪는 아픔이 어떠한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노르망디 코리안의 기적 같은 삶과 사랑을 그린 감동의 대서사시’라는 표지의 문구에 충분히 공감이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스토리의 구성이나 전개가 탄탄해서 몰입면에서도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간혹 어법에 어긋나는 문장이나 어색한 단어가 눈에 띄어서 아쉬웠습니다. 71쪽 중간부분에 ‘밖에서 잠긴 객차 문은 좀처럼 열어주지 않았다’는 문장이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동/능동적 표현’에 의하면 이 부분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밖에서 잠긴 객차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로 하거나 혹은 ‘밖에서 잠근 객차 문은 좀처럼 열어주지 않았다’로 수정되야 하지 않을까요?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