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이었습니다. 팀 보울러의 <리버 보이>를 읽었어요. 수영을 좋아하는 소녀가 죽음에 임박한 할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의 고향에 갔다가 벌어지는 신비하고 환상적인 이야기입니다. 수영하기 위해 찾은 강에서 소녀는 신비한 분위기의 소년을 만납니다. 할아버지의 그림 ‘리버보이’처럼 신비롭고 우연한 만남이 반복되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죽음을 맞고 소녀는 슬픔과 아픔, 두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한다는 내용인데요. 당시 이 소설에 대해 사람들의 호불호가 나뉘었지만 전 할아버지와 손녀의 사랑과 정을 강의 흐름과 비유해서 표현하고 이야기를 펼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완전 좋아!’는 아니지만 ‘좋은데!’라는 느낌이랄까요.




이후로 팀 보울러의 작품을 한동안 읽지 못하다가 최근에 한 권 만났습니다. 표지 분위기에서부터 <리버보이>와는 판이하게 다른 <블러드 차일드>였습니다. ‘사방이 온통 잿빛이다’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어떤 연유에선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년과 그 소년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소녀가 등장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소년은 간신히 살아남습니다. 그 댓가(?)로 기억을 잃지만 말이지요.




소년의 이름은 윌, 열다섯 살입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로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했는데요. 기억을 잃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살아남은 소년에게 부모님은 물론 마을 사람들까지 낯설게 대합니다. 퇴원을 축하하고 격려하기보다 낯선 이방인을 보는 것처럼 두려워하고 회피하지요. 그 이유가 뭔지 알고 싶었던 윌은 부모님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지요. 자신이 이상한 것을 보곤 했다는 걸.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는, 실체가 없는, 환상 같은 것을 본다는 걸. 그것 때문에 학교는커녕 제대로 된 친구도 없다는 것까지. 부모님이 말한 것이 모두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뭔가 다르다는 걸.




바다를 접한 더없이 아름다운 마을에 돌아온 날부터 윌은 또다시 환영에 시달립니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검은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의 아름다운 소녀와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들, 붉은 핏빛 바다, 의문투성이의 사람들, 기괴하고 음울한 기운이 서린 마을... 윌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로 인해 두렵고 당황해 하지만 그 이면에 숨은 비밀을 풀어가려고 합니다. 그러다 알게 되지요. 마을이 불길하고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것을. 그리고 예전에 윌이 무심코 그 말을 꺼냈을 때 큰 소동이 일어났다는 것까지도 말입니다.




도대체 검은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의 소녀가 윌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무얼까요?  핏빛 바다에 감춰진 비밀은? 마을에 숨겨진 비밀에 조금씩 다가가는 윌에게 적의와 살의를 드러내는 이들은 또 누굴까요?




오랜만에 만난 팀 보울러의 소설에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이상하게 평소보다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흥미나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어요. 윌의 기이한 능력(?)과 검은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의 소녀, 마을의 알 수 없는 병은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소년이 오랜 외로움과 아픔, 두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과정에 스릴러를 가미한 것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왠지 조금 부족하고,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요소들이 서로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며 진행되기보다 왠지 느슨하다는 느낌? 그래서 후반부의 반전도 힘을 잃은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450여 쪽에 이르는 본문을 조금 압축해서 리드미컬하게 풀어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아쉽지만 팀 보울러에 대한 평가는 다음 작품으로 미뤄둬야 할 것 같아요.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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