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16년 여름의 패전 - 1941년, 일본은 어떻게 무모한 전쟁에 뛰어들었나?
이노세 나오키 지음, 박연정 엮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 들어 일본에 관한 책을 연이어 읽었다. 다큐멘터리로 방송됐던 내용을 출간한 책은 2천년을 이어져온 우리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는데 한일의 역사를 깊게 다룬 것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사진작가가 일제 강점기때 조선인 강제 노동자들과 관련된 일제 잔재, 건축물들을 사진으로 담아 정리한 책도 읽었다. 이것 역시 자세한 사연을 알 수 없었지만 사진 하나하나마다 당시 강제징용 된 조선인들의 아픔과 희생이 짙게 묻어나서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그리고 얼마 전 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쇼와 16년, 여름의 패전>이 바로 그것이다. ‘여름의 패전’이란 제목과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한 대의 전투기의 모습에서 우리가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되던 그 해, 일본이 패배를 선언했던 것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은 내 예상을 벗어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책은 쇼와 16년, 바로 1941년 여름, 일본에서의 일을 말하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면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길을 오르는 칠십대의 노인을 만날 수 있다. 한발 한발 느리게 걸음을 내딛던 그 노인은 주변을 둘러보며 한마디 툭 내뱉는다. 총력전연구소가 바로 저 부근에 있었다고. 급경사 계단을 올라 그 곳을 찾아가던 젊은 날의 자신을 떠올린다. 전쟁이 개시되기 4개월 전, 자신을 비롯한 총력전연구소 연구생들은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하면 반드시 패배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이 대목에서 깜짝 놀랐다. 일본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패배한다는 걸 미리 예측했다고? 그런데, 왜? 아니, 총력전연구소란 건 또 뭐야? 수많은 의문이 툭툭 불거져 나왔다.




‘다른 국가와 전쟁을 하거나 또는 전쟁을 예상할 때 그들을 굴복시키거나 또는 전투 의욕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일. 바꿔 말하자면 국방을 위한 고도의 국가 활동이 국가총력전이다.’(45쪽) 그리고 그에 필요한 전략, 방법들을 연구하기 위해 출범한 곳이 바로 총력전연구소다. 1941년 4월 1일. 일본은 이 총력전연구소를 위해 전국에서 ‘가장 우수하고 가장 총명한 뛰어난 인재’ 서른다섯 명을 긴급히 소집한다. 전쟁에 관한 것이기에 군인 위주로 선별되지 않았을까 했는데 조선총독부와 특무기관을 비롯해 지방행정직과 체신청, 역사학자, 정치부 기자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다양했다. 다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의 평균연령이 33세. 삼십대 초반의 젊은 청년들이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당시의 여러 상황을 토대로 예측해보라는 거였다. 그 결과 일본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일본의 군부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제국주의적 야욕을 가장 극명히 드러내던 일본은 고작 시뮬레이션 결과 때문에 쉽게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어떻게 나오리란 걸 예상한 건지 당시 미국도 일본을 강하게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전쟁을 치르기로 결심한다. 일본이 미군이 주둔해있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다.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고 만다.




책은 일본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예측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전쟁을 일으키게 되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배한 이후에 열린 국제군사재판에서 전쟁을 일으킨 주범으로 도조 히데키를 세운 것을 다루고 있는데 그 대목이 왠지 불편했다. 일본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어쩌고 하지만 나로서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왠지 저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의심스럽다고나 할까? 개운하지 않고 께름칙하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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