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비망록 - <오만과 편견>보다 사랑스런
시리 제임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었다. 조용한 영국의 이국적인 풍경도 인상적이었지만 베넷가의 다섯 자매 중에서 둘째 딸인 아름답고 발랄한 소녀 엘리자베스가 매력적이었다. 누구보다 재치 있고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서로를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도 오해와 편견 때문에 다가서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사랑을 고백하던 순간! 그 장면이 너무나 극적이어서 같은 대목만 몇 번이고 연거푸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때였던 난 그녀처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꿈꾸었다. 단순한 연애소설 그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온 책이었지만 이후로 <오만과 편견>을 만나지는 못했다. 간혹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를 보긴 했지만 예전에 처음 만났던 <오만과 편견>보다 진한 감동을 느끼진 못했다. 그러다 얼마전에 출간된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을 보면서 새삼 감회에 젖었다.




책은 영국의 초튼매너하우스에서 극성스러운 쥐를 소탕하기 위해 지붕을 수리하다가 다락방에서 낡은 함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함 속에는 아주 오래된 원고가 가득했으며 루비로 장식된 정교한 반지도 있었는데 그것을 검토한 결과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이라는 게 아닌가. 무엇보다 그 비망록은 쓰여진 시기가 제인 오스틴이 건강악화로 숨을 거두기 직전인데다가 그녀의 놀라운 비밀을 담고 있다는 거였다. 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길래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간신히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일까? 너무 궁금했다.




‘왜 갑자기 지금껏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았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글로 남길 생각이 들었을까’란 본문 첫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은 제인 오스틴이 자신의 지난 세월을 돌아보고 글로 남겼다는 느낌이었다. 평생 우정과 사랑, 결혼에 대한 글을 썼지만 자신은 정작 결혼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무거운 짐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는 죽어서까지 가져가려고 했던 비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유일한 사랑이자 진실하고 위대한 사랑이었던 신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로 마음먹는다.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앞둔 어느 날 제인은 놀라운 소식을 듣는다. 그녀의 아버지가 40여 년간 이어오던 목사직을 내놓으면서 줄곧 살았던 스티븐슨을 떠나 바스로 가야 한다고. 스티븐슨에서 태어난 제인에게 고향을 떠나야한다는 것은 큰 슬픔이었다. 하지만 곧 더 큰 슬픔이 닥치고 만다. 바로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글 쓰는 재능이 뛰어난 딸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용기를 북돋워주던 아버지가 숨을 거두자 제인의 가족은 극심한 경제적 위기에 몰리게 된다. 거기다 서른이 넘긴 제인이 혹시나 결혼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가족들은 걱정하지만 그녀는 말한다. 자신이 결혼한다면 그건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절대 경제적 안정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아끼고 절약해야 하는 상황은 제인에게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오빠와 함께 간 해변에서 침울해있던 그녀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세찬 바람에 순간 균형을 잃고 만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녀를 구해준 남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유일한 사랑이자 진실하고 위대한 사랑’이었던 프레데릭 애시포드였다. 서른을 넘겨서 만난 두 사람은 곧 서로에게 매료되지만 갑작스런 이별을 맞게 되는데...




극적으로 발견된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을 통해 그녀의 삶, 사랑을 만나면서 학창시절 <오만과 편견>을 가슴 졸이며 읽었던 때가 떠올랐다.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별해야만 하는, 막장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극적인 삶을 살았기에 그녀의 소설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책은 놀라운 사실을 전한다. 엄청난 반전이자 충격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몇 달 전 제인 오스틴의 초기 미발표 원고가 경매에서 거액에 낙찰됐다는 거였는데 갑자기 궁금해진다. 어떤 내용일까. 그 작품은. 어서 만나보고 싶다. 그녀의 이야기를...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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