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생물 콘서트 - 사진으로 보는 생태다큐멘터리
한영식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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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바로 어제였습니다. 인터넷에서 정말 어처구니없는 기사를 봤습니다. 현재 강원도에 건설추진 중인 골프장이 40여 곳이 넘는데 그 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18배, 축구장 6690개 정도라고 하니 어마어마한데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로 인한 환경, 생태 파괴가 실로 엄청나다는 겁니다. 18홀 규모, 100ha의 골프장 하나가 생기기 위해서는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베어져야 한다니.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의 등허리라 할 수 있는 깊고 깊은 산, 강원도 골짜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담비나 하늘다람쥐, 까막딱다구리 같은 야생동물들은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더군요. 근데 절 어이없게 했던 건 골프장 대상지역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종 보호에 대한 해당지방 환경청장의 답변이었습니다. “하늘다람쥐 같은 동물들은 생존력이 굉장히 강한데 걔네들이 거기 가만히 앉아서 죽겠습니까? 다 이동을 하죠. 다른 곳으로. 당연한 거죠”




예전의 저라면 아마 어제 그 기사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보고 난 직후여서 그랬는지 순간 울컥 화가 치솟더군요. “야생동물은 모두 알아서 살길 찾는다구요? 이보세요. 도대체 뭘 알고 하는 소리에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한 권의 책을 읽는 약간의 시간을 통해 제게 ‘울컥함’을 전해준 책, 바로 ‘사진으로 보는 생태 다큐멘터리’라는 부제의 책, <우리 땅 생물 콘서트>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토종 동식물에 대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알려주는 <우리 땅 생물콘서트>. 책의 구성은 단순합니다. 크게 ‘인간과 함께 사는 생명’ ‘살생으로 사라지는 생명’ ‘병들어가는 삶의 터전 지구’ ‘거침없는 개발 현실’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거나 우리가 꼭 알아야할,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식물 24종을 선정한 다음 해당 동식물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와 관련한 동식물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제일 처음 소개되고 있는 ‘유용한 자원생물 무당거미’에서는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스파이더맨의 활약으로 호기심을 유도한 저자는 ‘스파이더맨처럼 자연에 살고 있는 진짜 거미들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합니다. 거미가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쳐놓은 거미줄 덕분에 농작물의 해충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무당거미의 소화액에 들어있는 ‘아라자임’이라는 효소가 신물질로 각광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와 더불어 곤충의 습성과 생태를 인간이 어떻게 연구하고 유용하게 활용하는지, 곤충의 더듬이는 최첨단 센서로, 나비의 체온조절방식은 컴퓨터 칩 냉각에 접목되었고 무더운 사막의 흰개미탑에서 건축가는 사막 한 가운데에 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건축물을 만드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또 ‘부엉새가 울지 않는 겨울밤’에서 저자는 ‘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이라고 동요에도 등장할 정도로 친근했던 부엉새가 언제부턴가 그 울음소리조차 듣기 힘들어졌다고 하는데요. 그 원인을 추적해보니 1960~70년대의 쥐잡기 운동이 단초가 되었다는군요.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쥐를 잡기 위해 쥐약을 놓았는데 그것이 결국 상위포식자인 부엉이에게까지 미쳤다는 건데요. 빈대 태우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의 표지에는 ‘대한민국 동식물에 관한 아름다운 보고서’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처음엔 그 문구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우리 땅에 자라는 아름다운 동식물을 만날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주제, 하나의 동식물로 시작된 만남이 그와 관련된 여러 동식물로 이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책이 전하는 현실, 우리 땅의 아름다운 동식물이 처한 상황을 대면하니 왜 사람들은 눈앞에 닥친 하나밖에 보지 못하는 걸까 안타까웠습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이 아름다운 지구에 인간만이 살아야 하는 거냐고. 정말 그런 건가요? 이 푸른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지, 인간을 포함한 이 땅에 사는 모든 생물이 지구의 주인이란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이 사는 것이 나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반달가슴곰이 사는 숲은 좋은 숲이 유지된다는 말과 같다. 우리의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 85쪽.




한 생명의 몰락으로 생태계 평형이 기울어지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된 생태계는 위험천만한 곳이 된다....위해동물이라 할지라도 모든 생물은 그 자체로 존재가치가 충분하다. 인위적으로 해결하려 시도하기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자연적으로 조절되게 돕는 것이 옳다. - 95쪽.




꿀벌 실종은 생태계에 위험이 닥쳤다는 경고의 신호탄이다. 다음에는 어떤 해일이 덮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자연에 아주 심각한 병이 발생했지만 인간들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꿀벌이 사라진 가을, 수확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농부들의 주름살과 깊은 한숨만 늘고 있다. 결실 없는 황금계절을 더욱 고즈넉하게 만든다. - 160쪽.

 

사람들은 잔꾀를 부리다 자기 꾀에 넘어간 토끼처럼 놀란 눈을 하고 있다.... 모기로 인한 스트레스가 인간에 의해서 발생했다는 것에는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인간이 모기로부터 정말 자유를 누리고 싶다면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저런 지원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원형 그대로의 숲을 보존하고 가꾸는 것만이 모든 생물들이 잘 사는 지상낙원을 만드는 길이다. - 173쪽.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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