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고함 - KBS 국권 침탈 100년 특별기획
KBS 국권 침탈 100년 특별기획 '한국과 일본' 제작팀 지음 / 시루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이었어요. 미국이 독도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인터넷에서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의 해양조사선이 독도의 주변해역을 조사하는 것과 관련해서 당시 일본이 우리에게 ‘만약 조사선을 파견한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는데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순간 화가 치밀더군요.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교과서에 왜곡된 내용을 수록하질 않나, 입국을 거부한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울릉도엘 가겠다고 억지를 부리질 않나... 일본의 행태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와 하루라도 잠잠하면 좀이 쑤시는 걸까요? 도대체 왜 그럴까요?




일본의 얼토당토않은 억지에 부아가 치밀 때 한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일본에 고(告)함>인데요. 국내 방송국에서 국권침탈 100년 특별기획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던 프로그램을 책으로 출간했다고 합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질 않아서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와 일본이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인지, 끊임없는 대결구도를 벗어던지고 앞으로의 관계를 모색할 방안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목도 다름아닌 <일본에 고(告)함>이니까요.




책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2000년 관계를 일컫는 핵심적인 단어로 ‘인연’ ‘적대’ ‘공존’ ‘변화’ ‘대결’ 5개의 키워드를 선정해서 그것을 주제로 한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인연’에서는 고대 일본의 조정을 좌지우지한 인물 소가씨가 바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고대 백제인이라는 걸 전하면서 일본 최대의 정치개혁이라는 ‘다이카개신’이 일어나게 되는 계기가 된 소가노 이루카의 살해를 통해 백제와 왜가 어떤 관계(백제는 선진문물을, 왜는 군사력을 상호 지원하는)였는지 알려줍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어떻게 해서 대립관계에 들어서게 되는지는 ‘적대’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여몽연합군이 일본을 침략한 것을 계기로 일본 내에 몽고군은 물론 고려에 대해서도 적대감이 싹트게 된 거지요. ‘공존’에서는 양국의 좀 달라진 면모를 띄기 시작하는데요. 조선에서는 약탈과 방화, 살인을 일삼는 왜구에게 강한 응징을 가하면서도 때에 따라 벼슬을 내리는 등 대응정책에 변화를 줍니다. 하지만 중앙의 입김이 미치지 못하는 지방에서는 여전히 조선을 침략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통신부’를 통한 교류였는데요. 이것 역시 양국에 평화를 지속시키지는 못하고 갈등이 고조되다가 결국 왜란이 시작되고 맙니다.




다큐멘터리로 방송된 프로그램을 책으로 출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책은 다른 역사관련 서적에 비해 읽기가 수월합니다. 문장도 이해하기 쉽고 매끄러운 편입니다. 하지만 뭐랄까요. 너무 평탄합니다. 그래서 심심합니다. 한일의 역사를 한 층 더 깊게, 세밀하게 추적한 것이라기보다 지난 2000년간의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를 단순히 알기 쉽게 ‘풀어서 정리해놓은’ 느낌이 듭니다. 이래서야 도대체 무엇을 일본에 고한다는 건지...




제목인 <일본에 고(告)함>의 ‘고(告)’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도 있습니다. 흔히 ‘고(告)’는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말하다. 중요한 일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여 알리다’는 뜻으로만 알고 있는데요. 이는 ‘주로 웃어른이나 신령에게 어떤 사실을 알리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왜 우리가 일본에게 스스로를 낮춰야 하지요? 그건 아니라고 봐요. 자신감 있게, 좀 더 당당하게. <일본에 고(告)함>이 아니라 <일본에 고(誥)함>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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