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낭’이라고 아시나요? 제주도의 옛날식 대문을 ‘정낭’이라고 하는데요.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텔레비전에서 바로 그 ‘정낭’을 본 적이 있습니다. 긴 장대 3개를 대문에 걸쳐놓는 방식을 달리 하는 것만으로 그 집의 주인이 있는지, 출타중인지, 언제 돌아오는지 나타낸다고 하는데요. 도시의 굳게 잠근 대문이 눈에 익어서일까요?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이웃 사람들을 믿는다는 의미이니까요.


여기 이 마을도 그랬습니다. 캐나다 퀘백주, 지도에도 거의 표시되지 않을 만큼 작은 시골 마을 스리 파인즈도 범죄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범죄도 그 마을은 예외였습니다. 고작해야 마을에 남아도는 서양호박을 이웃집에 몰래 가져다놓는 게 전부였는데요. 그런데 바로 그 마을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맙니다.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일요일 이른 아침, 단풍나무 숲에서 제인 닐이 쓰러진 채 발견됩니다. 일흔 여섯이란 나이는 그녀의 자연사를 짐작할 수도 있었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화살이 제인의 가슴을 관통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때마침 마을에 사냥철이 시작됐기에 사냥하던 이들의 실수로 인한 불행한 사고가 아닐까 예상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누구하나 자신이 실수했다고 고백하는 사람도 없는데다 전직 선생님이자 아마추어 화가로 통하는 마음씨 좋은 노부인인 제인에게 나쁜 감정을 품은 사람조차 없었거든요. 이에 경찰청의 아르망 가마슈 경감과 수사팀은 제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화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합니다. 그런 중에 가마슈 경감은 여태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거실을 공개하지 않았던 제인이 자신의 거실로 사람들을 초대하기로 했었다는 것과 제인이 [박람회 날]이라는 그림을 그려서 전시회에 출품했다는 것과 문제의 그림이 일주일 전에 죽은 티머가 죽던 날의 박람회의 폐막 퍼레이드를 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퀘백 독립운동 당시 영국의 황실주의자와 프랑스군이 대립하던 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세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는 데서 유래한 스리 파인즈. 서로 너무나 잘 알아서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안다고 여겼던 마을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은 마을을 점점 혼란에 빠지게 합니다. 오랫동안 스리 파인즈에서 살았던 제인을 살해한 이는 누구일까요? 또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조용한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가마슈 경감과 수사팀에 의해 하나씩 의문이 풀어지기 시작하는데요. 여느 추리소설처럼 눈에 띄는 개성이 강한 등장인물이나 미로처럼 복잡한 사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소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현대의 작품이라기보다 마치 정통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이 작품이 저자의 데뷔작이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출간될 가마슈 경감 시리즈,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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