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발견 - 내 안에 잠재된 기질.성격.재능에 관한 비밀
제롬 케이건 지음, 김병화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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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알 수가 없어!

요즘 큰 아이를 볼 때마다 내 머릿속에선 이런 말풍선이 뜬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지만 참 모를 일일세.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내 아이에 대해 알지 못하는 건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 ‘알지 못함’을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더 있었다. 의문을 갖게 된 계기를 말하자면. 큰아이는 로봇을 좋아한다. 국내의 여러 로봇대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엄마의 마음으로는 조금이라도 승부욕을 가졌으면 하지만 아이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얼마전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가장 충격적인 성적을 받아왔기에 학교를 찾았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내버려두기엔 5학년이란 학년의 무게가 만만찮았다. 방학동안 무엇을 보충하면 좋을지 여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거기서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는 시험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아요”하며 선생님께서 내미신 시험지에는 학반번호와 이름 외에는 어떤 표시도 없었다. 답은 답지에 적었다 치더라도 보는 순간 “헉!”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아니, 얘가 왜 이럴까? 초등학교 성적이 아무리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아이를 잘못 기른 걸까? 내가 알지 못하는 내 아이에 대해 알고 싶었다.




‘내 안에 잠재된 기질. 성격. 재능에 대한 비밀’이란 부제의 <성격의 발견>은 한마디로 성격에 대한 책이다. 우리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을 취하게 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또 그로 인해 나타난 결과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 알려준다. 또한 사람마다 다른 기질이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지 아니면 부모의 양육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고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기질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보여준다.




아이의 기질과 성격에 대해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생후 첫 3년 동안의 반응이 성인이 되어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떻게 드러나는지 보여주는데 놀라웠다. 소심하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고 어려운 도전이다 위험한 취미를 즐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업도 교사나 학문을 탐구하는 길을 택했다. 반면에 생후 첫 3년 동안 가장 겁이 없었던 대담한 아이들은 직업도 불확실한, 대담한, 위험한 도전이 따르는 분야를 선택했다고 한다. 생후 16주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인상적이었다. 아기가 낯선 환경에 놓였을 때 보이는 반응과 성장한 이후의 성격을 알아보는 거였는데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며 반응을 보인 아이는 자란 뒤에도 낯선 방이나 환경에 소심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옹알이를 하며 조용히 있던 아이들은 느긋한 성격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도 이후 아이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임신 중에 독감에 걸린 산모가 낳은 아기는 나중에 정신분열증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땠더라?’ 돌아보곤 했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를 비롯해서 아이가 어렸을 때 어떤 걸 좋아했고 무엇을 즐겼는지 자꾸자꾸 떠올려보게 됐다. 그러면서 때론 마음이 무거웠고 때론 위로를 받았다. 아이의 기질은 어떤 특정한 심리적인 특징을 발전시키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 어른이 되었을 때의 기질적 특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타고 난 기질이나 성격도 후천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과 능력 면에서 볼 때 여자에 비해 남자가 능력을 발휘하는데 있어서 기복이 더 심하다는 거였다.




오늘, 이웃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이런 글을 봤다. ‘좋아하는 것 자체가 능력’이라고. ‘어쩌면 평생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할 꿈. 그걸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해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쉽지 않은 책을 어렵사리 읽었지만 솔직히 아직도 내 아이가 어떤 기질을 지녔는지 어떤 성격인지 알지 못한다. 초반엔 ‘생후 첫 3년이 지났는데 어쩌지?’ 걱정에 고민도 됐지만 조금씩 털어내려고 한다. 내 아이가 어린만큼 가꾸고 다듬고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많다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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