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본능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죽음의 해석>이 출간된 때가 생각난다. 고전적이면서도 음울한 느낌을 주는 표지, 추리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것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저자가 법률학자인 점, 소설의 내용이 프로이트와 융의 학설을 바탕으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풀어간다고  해서 많은 이의 관심을 끌었다. 오래전부터 프로이트에 관심이 있었지만 왠지 어렵게만 여겼던지라 이 책을 구입했지만 아직 읽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차에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보는 순간 숨이 멎을 만큼 충격적인 장면을 담은 표지. 그러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분위기. 혹시? 하고 찾아봤더니 역시 저자가 제드 러벤펠드였다. <죽음본능>이라는 제목이 프로이트의 학설인 ‘죽음본능’을 바탕으로 했다는 소개글을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번에 어떤 이야기일까.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1920년 9월 16일. 정오가 되자 교회의 종이 우렁차게 울리기 시작하고. 점심을 즐기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월 가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바로 그 때. 마차의 수레에 있던 폭탄이 터지면서 땅을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퍼진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한낮의 거리가 순식간에 비명의 소리로 가득차기 직전, 지미 리틀모어와 스트래섬 영거, 그리고 콜레트가 월 가에서 만나고 있었다. 콜레트에게 전해진 아멜리아라는 여인으로부터의 쪽지와 그 속에 함께 있던 어금니가 의문스러워서 리틀모어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바로 그 때, 폭탄이 터진 것이다. 뉴욕의 월 가는 단 한 번의 폭발로 초토화되고 목숨을 잃은 사람,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 무슨 일인지 구경하려고 몰려든 사람이 뒤섞여 한순간에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만다. 이에 리틀모어와 영거, 콜레트는 주변을 정리는 물론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일에 나서게 된다. 온몸에 폭탄재와 부상자의 피를 뒤집어쓰며 사태수습에 나서던 리틀모어와 영거는 갑자기 콜레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콜레트를 찾기 위해 리틀모어와 영거는 서둘러 숙소로 돌아오지만 그들이 알아낸 것은 콜레트는 물론 그녀의 남동생까지 납치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보관하고 있던 상자 속의 희귀한 원소들이 사라졌다는 것도...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는 뉴욕의 월 가에 터진 폭탄 테러 사건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이후 뉴욕경찰청의 형사반장인 리틀모어가 추적하는 테러사건과 콜레트의 납치 사건이 교차로 진행되면서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어진다. 그런 가운데 여러 가지 의문을 풀어가고 있다. 폭탄테러는 누가, 왜 저지른 것인지, 콜레트를 납치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녀의 남동생 뤽의 실어증은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서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그 속에 숨겨져있는 정치적 음모에 이르기까지.




700페이지의 두툼한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는 2001년 9•11테러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하늘로 치솟아 있던 무역센터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혼란에 빠져 비명을 지르는 사람, 폭탄재를 뒤집어쓴 사람들. 텔레비전에서 계속 반복되는 충격적인 장면에 할 말을 잃었던 때가 생각났다. 그런데 그와 유사한 일이 이전에 또 있었다니 놀라웠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계속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대체 어디까지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사실과 허구의 조합이 너무나 교묘하게 이뤄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바로 저자 제드 러벤펠드의 글의 힘이겠지.




이제야 알게 된 거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지미 리틀모어와 스트래섬 영거가 전작인 <살인의 해석>에서도 등장했다고 한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인물, 첫 만남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이번 여름에야말로 <살인의 해석>을 보고야 말테다. 단 한 가지 문제만 해결된다면. 대체 저 쌓인 책 무더기의 어디에 <살인의 해석>이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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