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트리스
앨런 글린 지음, 이은선 옮김 / 스크린셀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머리는 정말 좋아요. 그런데 과제를 잘 빠뜨리는데다 자세도 문제예요.”

얼마전 큰아이가 다니는 학원의 상담시간에 들었던 내용이다. 다른 아이가 풀지도 못하는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낼 정도로 머리가 좋은데 도통 노력을 안 하는데다 공부하는 태도까지 안 좋다는 따끔한 소리를 들었다. 어느 정도는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불편했다. ‘아니,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단 말이야?’ 머릿속에선 온갖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큰아이의 동화책 중에 산만한 아이에게 좋다는 ‘신통방통 왕집중’이란 약을 둘러싼 소동을 다룬 이야기가 있는데 당시 내 심정이 그 약이 있다면 구해서 먹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데 이젠 ‘집중’으로 그치지 않는다. 뇌의 기능을 100%로 끌어올려주는 약이 있단다. 그 약 한 알만 있으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데... 대체 어떤 약이지?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 주연, SF 스릴러 영화 드미트리스 원작소설’이란 문구의 소설 <리미트리스>는 ‘서양판 신통방통 왕집중’ 약에 대한 이야기다.




‘밤이 깊어가고 있다’로 소설은 시작된다. 자정을 향해가는 시각 주인공은 노트북을 앞에 두고 생각에 잠긴다. 어떻게 야이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 몇 달 전 어느 날 오후에 벌어진 이야기로 말문을 떼기 시작한다.




주인공인 에디 스피놀라는 2월의 어느 날 오후 길을 걷다가 우연히 전처의 오빠인 버넌 갠트를 만난다. 약 10년 만의 만남에 어리둥절한 에디에게 버넌은 ‘한 잔하자’고 이끈다. “바모스.” 버넌의 이 말 한마디로 인해 이후 자신의 삶이 크게 달라질 줄 몰랐던 에디는 그를 따라 칵테일 바에 들어선다. 오래전 마약을 판매했던 버넌이 고급스런 옷과 장신구를 치장하고 있는 모습이 낯설어하는 에디에게 버넌은 자신이 제약회사의 컨설턴트로 일한다면서 조그만 하얀 알약 하나를 내민다. 아직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임상시험도 마쳤다는 약,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약이라며 이것만 먹으면 책 때문에 생긴 고민은 해결될 거라고 장담한다. 한때 약물중독의 부작용으로 고통의 날을 보낸 에디는 버넌이 내민 약을 두고 한참 고심하지만 결국 입 안에 털어넣는다.




처음엔 ‘뭐야, 달라진 게 없잖아?’했던 에디는 얼마후 미묘한 감각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다. 주변의 모든 것이 달리보이고 온갖 정보들이 머릿속으로 입력되는 느낌. 그랬다. 출판사의 외주 편집자로 일하면서 교본이나 설명서 같은 것들을 만드는 것에 그쳤던 에디. 그에게 얼마전 큰 건수를 맡게 됐다. 화보 시리즈의 하나로 책의 서문부터 본문에 수록될 사진까지 선별 정리해야 하는데 도무지 진척이 없어서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문제의 약을 먹고 나니 갑자기 달라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썼던 그 어떤 글보다 멋진 글을 짧은 시간에 쓰기에 이른다. 한 알의 약을 통해 엄청난 몰입과 성과를 경험한 에디는 자신이 먹은 약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버넌 갠트를 찾아간다. 아침 일찍 찾아온 에디에게 버넌은 아침과 신문 같은 몇 가지 부탁을 한다. 오래전 마약을 구하던 때의 기억이 떠올라 찜찜했던 에디는 버넌의 집에 돌아와 놀라운 광경을 마주치게 된다. 버넌이 이마에 총을 맞은 주검이 되어 있었던 것. 충격적인 장면에 당황한 에디는 신고전화를 하고 침입자가 찾고 있던 무언가를 찾기 위해 버넌의 집을 수색한다. 그러다 우연히 천장에서 버넌이 숨겨둔 돈 뭉치와 알약 무더기를 발견하는데....




MDT-48. 문제의 알약 이름이다. 이후 소설은 에디가 MDT-48을 복용하고 나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그저 그런 평범한 인물이었던 에디가 컴퓨터에 버금갈만큼 명석한 두뇌의 인물이 되어 주식은 물론 거대한 기업을 합병하는 등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지만 결국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지경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펼쳐진다.




지금보다 좀 더 부유해지고, 좀 더 예뻐지고, 좀 더 똑똑해지고 싶은 게 인간의 욕망이다. 저자는 그 인간의 욕망이 MDT-48이라는 의문의 약을 통해 어떻게 파멸에 이르게 되는지 보여주는데 주인공 에디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조합과 리드미컬한 이야기전개가 인상적이 작품이다. 다만 초반의 긴박함이 마지막에 다소 느슨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충분히 흥미로웠디.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영화 [리미트리스]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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