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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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윌리암스가 출연했던 영화 [잭]이 생각납니다. 그 영화에서 로빈 윌리암스는 열 살이지만 조로증 때문에 사십 대 중년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잭을 연기했는데요. 또래 아이와 다른 외모 때문에 잭은 간신히 다니게 된 학교에서도 놀림감이 됩니다. 하지만 잭은 쾌활한 성격을 발휘해서 금세 친구들과 어울리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게 되지요. 오래전에 봤던 영화여서 자세하지는 않지만 사십 대로 보이는 외모를 한 잭이 학교와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잭이 신고 있던 운동화가 걸을 때마다 반짝 불이 들어오던 것과 다른 사람보다 빠른 노화속도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할 거라던 잭이 학교를 무사히 졸업식에 참석해서 친구들과 함께 졸업사진을 찍던 장면이었는데요. 영화를 통해 성인이면서도 동심을 간직한 배우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어떤 최악의 상황에 놓이더라도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답니다. 그것이 설사 ‘조로증’이라 하더라도 말이지요.




여기 한 명의 소년이 있습니다. 나이는 열일곱 살, 이름은 한아름. 학교를 다니며 한창 친구들과 어울릴 때이지만 아름이는 사정이 다릅니다. 왜냐면 아름이는 세 살 무렵부터 조로증을 앓게 됐거든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이자 희귀병인 조로증을 앓는 아름이는 성장속도가 평범한 또래와는 다릅니다. 나이는 분명 열일곱 살이지만 신체는 여든의 노인이었거든요. 열일곱, 철없던 나이에 아이를 낳은 서른넷의 부모는 예전의 자신들과 같은 나이가 된 열일곱 살 아들을 바라봅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땠을까요.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요.




다른 이보다 신체가 급격하게 늙는 조로증을 앓고 있지만 아름이는 누구보다 의젓하고 밝은 아이였습니다. 예순 살의 이웃집 할아버지를 친구삼아 농담을 주고받고 아들의 삶이 오늘에서 내일로, 내년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절망하고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부모의 마음을 오히려 감싸 안아주는 아이였어요. 열일곱 생일선물로 받은 중고 노트북으로 부모님을 위한 이야기를 지어나갑니다. 부모님이 처음 만났던 그때, 몹시도 가슴 두근대던 그해 여름의 이야기를...




부모의 몸을 빌어 살과 피를 나누어받아 세상에 태어났지만 부모와는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아름이의 이야기는 가슴이 저릴 만큼 아팠습니다. 하지만 왜일까요? 이상하게도 왈칵 눈물이 솟지 않았어요.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마저 누리지 못하는 아름이가 안타까워 눈물이 나다가도 금세 쿡쿡 웃음이 비집고 나오곤 했습니다. 이 소설이 흔하디흔한 신파극으로 흐르는 걸 저자가 원치 않았는지 최대한 참고 절제하며 글을 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요.




하지만 아시죠? 터질 건 언제가 됐든 기어이 터진다는 거. 마지막 두 눈이 먼 아름이가 부모와 함께 하는 순간에 눈물샘이 그만 터지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멈출 수 없는 그런....




제목이 왜 ‘두근두근 내 인생’일까...생각해봅니다. 소설의 내용만으로 보면 ‘두근두근’이 아니라 ‘조마조마’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그건 아마도 아름이의 마음이, 가슴이 그런 건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에겐 심드렁한 일상의 일들이 아름이에겐 하나의 이벤트였고 누군가에겐 스쳐 지나가는 풋풋한 연애감정이 아름이에겐 가슴이 두근댈만큼 대사건이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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