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교는 불행한가 -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대한민국 교육을 말하다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교육 3부작 시리즈 1
전성은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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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큰아이가 입학하던 무렵이 생각난다. 걷는 것에서 뛰고 말하는 것까지 또래보다 느렸던 큰아이. 걸핏하면 아파서 병원 신세를 졌기에 이 아이가 제대로 자랄 수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건 내게 대단히 큰 사건(?) 아니, 성과였다. 학교에서 친절한 선생님과 다정한 친구들을 만나 매일매일 공부도 배우고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며 즐겁게 생활할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이는 갈수록 학교에 흥미를 잃어갔다. 이미 다 알고 가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까봐 선행학습은커녕 한글을 기초만 깨치고 입학했다. 그런데도 아이는 수업에 재미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아이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고 말았다. 더욱 놀라운 건 그것이 비단 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충격이었다. 아이들이. 왜? 학교를 싫어할까. 다른 곳도 아니고 초등학교가 왜 이렇게 살벌한 현장으로 변해버린 것일까.




깨어진 유리, 어두컴컴한 실내, 삭막한 분위기. <왜 학교는 불행한가> 표지를 보는 순간 호러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성인인 내가 봐도 들어가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표지가 현재 학교의 모습,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었을 거라는 건 안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알고 싶었다. 왜, 무엇 때문에 우리의 학교가 불행한지.




전 거창고의 교장을 지냈던 저자 전성은은 <왜 학교는 불행한가>를 통해 우리 학교 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학교란 무엇인가’ ‘학교교육의 목적’ ‘평화를 위한 학교교육 제도’ ‘교사의 길, 학생의 길’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학교가 어떻게 해서 생기고 어떤 과정으로 성장하게 됐는지 학교의 기원과 역사로 말문을 연 저자는 학교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짚어주는데 정말 놀랍다. 애초에 학교가 생기게 된 것이 바로 국가를 위해, 국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즉,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곳이 학교이고 교육이지 인간을 더 인간답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탄생한 게 아니라는 거다. 학교의 탄생과 교육의 목적에서부터 이미 완전히 상식을 벗어난 셈이다. 결국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흔히 말하는 일류대학에 가기 위해 친구와의 즐거운 놀이도 반납하고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공부 또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학부모와 교사, 정부의 교육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면 문제의 해결은 더욱 멀어진다고. 내가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지금의 우리 교육현실이 ‘달리는 기차를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아이들이 기차 앞에서 선로를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격이라고. 문제는 기차와 아이들의 간격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소름끼치는 현실이다. 아이들의 다양한 개성과 소질을 인정하고 개개인의 다름 또한 인정하는 교육, 그것이 이뤄지는 현장이 학교이기를 소망한다.




학교는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재능과 관심을 최대한도로 발휘하고 즐기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곳이어야 한다. 국가는 사회의 상식에 맞서 학교가 그러한 곳이 되도록 돕는 일을 해야 한다. -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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