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6월 1일, 드디어 해수욕장이 개장을 했습니다. 개장 첫날 해운대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체질상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는 걸 싫어하는 저희 가족은 송정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해운대와 송정,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분위기는 천지차이거든요. 모래사장에 작은 자리를 펴자마자 작은 아이는 모래놀이에 빠져들었습니다. 간신히 쌓은 모래성이 밀려온 파도에 무너져도 아이는 끊임없이 모래를 쌓았습니다. 온몸에 모래를 뒤집어쓰며 놀이에 몰두한 모습을 남편과 함께 지켜보다가 책을 펼쳤습니다. 한 명의 소년이 바람에 몸을 싣고 힘차게 해변을 뛰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책. 바로 <소년시대>입니다.




봄날의 이른 새벽, 코리는 우유배달을 하는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섭니다. 아빠의 우유배달을 도와주고 나면 아빠가 학교에 데려다주거든요. 1964년의 그 날도 코리는 새하얀 초승달을 바라보며 아빠의 낡은 픽업트럭에 올라탔습니다. 우유배달을 하면서 코리의 꿈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까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그 날은 아니었어요. 숲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차가 색슨 호수에 빠졌는데 운전석에 있는 사람이 차에서 나오질 않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코리의 아빠가 호수에 뛰어드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됩니다. 운전석에 있던 사람의 얼굴이 폭행을 당한 듯 엉망인데다 목에는 피아노 줄이 칭칭 감겨있지 않겠어요? 게다가 손목에는 수갑을 채워 핸들과 묶여져 있고 말입니다. 여태까지 봤던 시체 중에서 가장 참혹하고 처참한 모습에 코리의 아빠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운전자가 살해당했음을 확신합니다.




그즈음 코리는 무심코 숲을 바라보다가 거기에 서 있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저 잠자코 서 있는 그의 시선에 코리는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의문의 사람은 이내 사라집니다. 그는 대체 누구일까? 왜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거지? 호수에 빠진 사람과 관계있는 건 아닐까? 혹시 살인범? 이후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의문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더 기이한 것은 시체의 신원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거기다 문제의 시체는 호수 바닥 깊숙이 가라앉고 말았으니 시체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살인사건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게 되고 만다는 거지요. 사건을 목격한 코리의 아빠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한편 코리는 자신의 운동화 밑창에서 발견된 초록 깃털을 단서로 사건을 추적해갑니다.




조용한 마을 제퍼에서 이른 새벽에 일어난 의문의 사건으로 인해 소설은 초반부터 미스터리적인 분위기가 물씬 배어나오는데요. 사실 책은 열두 살 소년 코리의 일상에 초점이 맞춰진 듯합니다. 그 나이 또래의 소년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들,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거나 야구를 하고, 영화 [화성의 침략자들]을 보고 난 후 외계인이 침략할까봐 겁을 집어먹기도 하고 절친했던 친구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하기도 하는데요. 가슴이 세차게 뛸 정도로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시종일관 흥미진진함으로 가득합니다. 열두 살 소년 코리가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은 때론 웃음이 나올 만큼 코믹하면서도 때론 담담한 슬픔으로 가슴 한 켠에서 아릿한 느낌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모든 게 바로 저자의 글이 지닌 힘이겠지요. 스티븐 킹의 <스탠드>를 능가한다는 저자의 <스완송>도 얼른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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