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산다는 것 - 플러스 에디션
김혜남 지음 / 걷는나무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럴 때가 있었습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제약이 따르고 공부가 힘겹게만 느껴질 때.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나이만큼 먹는다는 동지팥죽 새알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 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성인이 되고 결혼해서 아이 둘을 키우는 지금은,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도리어 ‘어른’이기에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힘겹습니다. 나이할 수만 있다면 나를 옥죄고 있는 모든 것들을 벗어던지고 싶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간이 흘러 일정 수준의 나이가 되면 누구나 다 어른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나보다 많은 나이에도 철없는 행동을 일삼는 이가 있는가하면 훨씬 적은 나이인데도 성숙한 이가 있습니다. 도대체 ‘어른’이란 게 무얼까요? ‘다 자란 사람’ 혹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전적인 의미 외에 또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어요. 궁금했습니다.




예전에 지인에게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란 책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른 살의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상황과 그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심리적인 변화를 인식하고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는데요. 당시 이미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시점이라 그 책이 그다지 끌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어요.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란 제목에서부터 무언가 묵직한 것이 가슴을 누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어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먼저 ‘나잇값’을 꺼냅니다. 어른이기에 짊어져야할 몫이 있고 책임이 있어서 그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나잇값 좀 해라” “나잇값도 못한다?”는 말을 하게 된다고. 그러면서 의문을 던지지요. 도대체 어른이라는 게 무엇이길래 어른에게 이토록 많은 것을 기대하고 짐을 지우는 것인가. ‘바로 이거다!’라고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순 없지만 저자는 그것이 결코 감당키 어려운 짐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누구나 때가 되면 스스로 짐을 들게 될 때 그때야말로 진정한 자유가 찾아온다고. 자신의 인생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고 말입니다.




어른이 되기를 두려워하는, 언제나 아이로 머물고 싶어 하는 ‘피터팬 신드롬’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피터 팬]의 저자 제임스 배리가 어린 시절 형의 죽음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슬픔과 상처, 경험이 그로 하여금 스스로 어른이 되기를 거부했다는 건데요. 피터 팬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것이 성인의 경우, 상황에 따라 심각하게 돌아봐야 된다면서 몇 가지의 경우를 짚어주고 있습니다. 또 성장이란 친숙했던 것들과 이별하고 소중했던 것들을 떠나보내는 것이고 고통스러운 일이어서 ‘모든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른다’면서 성장통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후반부 ‘부모와 관련한 대목이었어요. 두 아이, 그것도 아들만 둘인 저는 매일 전쟁을 치르는 기분인데요. 저자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미움이라는 감정이 붙어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몇 가지 소개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사생활을 방해한다. 아이는 무자비하며, 엄마를 마치 무보수의 하녀나 노예, 하층민처럼 취급한다...등’ 어쩜 그리도 꼭 들어맞는지 순간 무릎을 쳤는데요. 여기서의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아니라는 것. 모든 부모가 아이의 수호천사가 되기를 자청하지만 그럴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 부모이기에 갖는 불안감을 버리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도록 존중해주라는 거였는데요. 이미 아는 내용이었지만 제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른이니까, 엄마이니까 이래야 한다는 생각, 그 자체가 고정관념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거품처럼 잔뜩 부풀려졌던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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