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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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심플하다. <자유>라는 하나의 단어로 이뤄진 제목이 그렇고 표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외형만 놓고 보자면 그 어떤 책보다 단순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단순함 속에 뭔가 숨어있을 것 같았다. 제목인 ‘자유’라는 단어만 해도 무엇의 자유를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데다가 상징하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가. 머릿속에 온통 물음표만 가득한 상태로 책장을 펼쳤다.




책은 [뉴욕 타임스]에 실린 월터 버글런드의 기사에 대한 그의 고향인 미네소타 주 세인트 폴 지역 램지힐 사람들의 반응으로 시작된다. 월터와 패티는 2년 전에 워싱턴으로 이사했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 기사 속에 거론되는 월터가 자신들이 아는 월터와 너무나 다르다는 것.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 하면서도 그들은 생각한다. 버글런드 가족에겐 뭔가가 있었다고.




월터와 패티는 중산층의 전형적인 중년 부부다. 월터는 어느 누구보다 가정적인 남편이었고 전업주부인 패티는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엄마였다. 두 아이 제시카와 조이를 키우면서 언제나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사람들은 ‘젊은 개척자’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못했다. 버들런드 가족이 품고 있는 문제가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딸 제시카는 누가봐도 칭찬할만큼 반듯한 성품을 지녔지만 패티에게는 안중에도 없었다. 패티는 아들 조이만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완벽한 엄마’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듯이 조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패티의 아들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모자관계가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지만 월터가 업무에 바쁜 나머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그것은 급속한 관계의 악화를 불러왔다. 결국 조이가 집을 뛰쳐나가면서 위태위태하게나마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 유지되던 버글런드 가족은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이후 책은 패티의 자서전으로 이어지는데 그 속에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받았던 상처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패티가 락가수 리처드에게 매혹되어 그에게 이끌렸던 것, 그런 그녀를 곁에서 바라보는 월터. 이들의 관계는 어찌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삼각관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을 특별하게 느끼게 만든 것이 바로 저자의 글이 지닌 힘이었다. 시대의 변화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의 흐름과 삶의 변화들이 저자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엄청나다. 700쪽이 넘는 책의 두께가 그렇고 책이 품고 있는 이야기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중년 부부의 위기와 갈등으로 시작한 소설은 진정한 사랑과 자유는 무엇인지 인간이기에 갖는 욕망과 그로 인한 책임, 갈등 더 나아가 정치와 환경 같은 다소 무거운 이야기까지 담고 있었다. 이걸 드라마로 만든다면 몇 부작이나 될까? 16부작? 아니, 그걸로 스토리 전개가 될까? 패티와 월터의 3대에 걸친 이야기를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36부작은 되야 하지 않을까? 저자인 조너선 프랜즌의 책이 국내에 출간된 것은 <자유>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의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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