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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교양하라 -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의 가로질러 세상보기
이원복.박세현 지음 / 알마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책 좋아하신다는 분이 만화도 보세요?” 책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만화도 곧잘 본다는 게 그렇게나 이상한가? 간혹 내게 이런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 그럴때마다 “그럼요. 얼마나 재밌는데. 만화도 엄연히 책이에요.”라고 대답하지만 만화를 초등학생들이 보는 저급한 인쇄물로 취급하는 것 같아 솔직히 아쉽다. 재미도 있으면서 일상에 도움이 되는 만화가 얼마나 많은지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먼나라 이웃나라>이다. 학창시절 세계사를 공부하지 않아서 관련 분야, 특히 유럽의 역사를 다룬 소설이나 작품을 만나면 여간 고역이 아니었는데,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해당하는 부분을 한 번 읽어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부담을 덜었다. 이래저래 <먼나라 이웃나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인데 최근 출간된 <만화로 교양하라>를 통해 저자인 이원복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만화로 교양하라>는 만화이론가인 박세현이 이원복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데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 ‘다시 보는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는 이원복 교수가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소개했던(여행했던) 여러 나라, 네덜란드를 비롯해 프랑스, 영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한 인터뷰가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먼나라 이웃나라>에서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기도 하고 책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을 새로이 알게 되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매춘이나 매매춘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통제를 하고 동성애를 허용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어떤 것들이 바탕으로 깔려있는지 알 수 있었고 프랑스는 혁명의 나라로 일컬어지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계급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진정한 혁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또 신사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에서도 의외의, 때론 난감한 상황이 일어난다면서 같은 섬나라인 일본과 비교하기도 하고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일어나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독일편에서는 독일인의 장인정신과 완벽주의 성향과 함께 그들 특유의 게으름, 느긋함, 느림의 미덕에 대해 짚어본다. 중립국인 스위스편에서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상황과 치열한 생존의 법칙을 느껴볼 수 있었다.
2부 ‘먼 이원복 vs. 이웃 이원복’에서는 본격적으로 이원복에 대한 탐색이 이뤄진다. 만화보고 그리기를 즐겼던 소년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독일 유학중에도 국내의 소년잡지에 만화를 연재하던 일, 밥벌이의 수단이었던 만화가 어느새 놀이가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틈틈이 만화 그리는 일이 그만큼 좋았다는 거지만 그보다 더욱 인상적인 대목은 그 모든 것을 즐기는 가운데 공부가 되었다는 거였다.
얼마전 <먼나라 이웃나라> 중국편을 봤다. 중국하면 빼놓을 수 없는 ‘중화사상’이 무엇인지부터 중국의 근대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역사를 들려주는 만화가, 히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중국편 2권은 언제 출간될까 궁금했는데, 본문에 살짝 언급을 해놓았다. 올여름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