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볼리비아 일기
체 게바라 지음, 김홍락 옮김 / 학고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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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체 게바라’라는 인물이 붐처럼 일었다. 그에 관한 이야기가 책이 되고 영화가 되었다. 시대의 흐름(?)에 뒤질 순 없다는 생각에 덩달아 책 한 권을 구입했다. 붉은 표지에 검은 음영으로만 표현된 체 게바라를. 하지만 책장은 생각만큼 쉽게 넘어가질 않았다. 혁명가의 일생이라 그런가? 만만치 않군. 이 한마디를 끝으로 책장을 덮어버리고 난 구미가 당기는 말랑말랑한 책으로 넘어가버렸다. 그렇게 읽다가 도중에 그만둔 책은 내게 부채감으로 남아있다. 언제든 다시 읽어야지 하는 생각에 따로 책장에 쌓아두다가 한계를 넘어서면 박스에 담겨진다. 그리곤 잊어버렸다.




<체 게바라의 볼리비아 일기>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 예전에 읽다가 제쳐둔 책이 떠올랐다. 게릴라를 펼치던 체 게바라가 생포당할 때 지녔다는 배낭에 있었다는 일기와 몇 장의 사진을 바탕으로 이 책이 출간됐다는 소개 자료를 보니 호기심이 일어났다. 혁명가로 이름을 떨친 그의 마지막 기록이, ‘일기’란 단어의 내밀한 느낌이 더해져서 더욱 궁금해졌다. 




책은 ‘1966년 11월 7일. 오늘부터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로 시작해서 이듬해인 1967년 10월 7일까지 이어진다. 그동안 체 게바라는 그가 속한 게릴라 부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록해놓았다. 이를테면 부대원들의 변동사항이나 정찰한 내용, 부대원의 이동거리에서의 특이점, 전투가 벌어졌을 경우에는 누가 참가했으며 어떻게 진행됐는지, 앞으로의 계획이나 회담내용, 변동사항처럼 게릴라 부대의 활동을 보여주는 것들을 비롯해서 대원, 혹은 체 게바라 가족의 생일, 대원들이 부상을 입거나 질병,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도 빼놓지 않고 기록했다. 또 적은 인원으로 효과적인 전술을 펼치기 위해 그들은 틈나는대로 훈련을 거듭했고 때로 게릴라 부대의 상황이 어떤지, 정부군의 움직임에 대해 알기 위해 라디오 방송을 예의주시하면서 그 진척상황을 남기기도 했는데 일 년이 안 되는 11개월 동안 메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적은 것, 적게는 단 한 줄(특별한 사항 없음) 많게는 한 장까지, 일기의 말미에 해발고도까지 기록하고 월말엔 ‘월별평가’까지 한 것을 보아 체 게바라가 얼마나 꼼꼼한 인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쿠바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영웅 체 게바라, 그가 이끄는 게릴라 부대이기에 얼마나 철두철미하고 치열한 일상을 생생하게 보게 될 거라 생각했다. 초반엔 나의 짐작이 맞아떨어졌다. 볼리비아 혁명에 성공해서 남미혁명의 교두보로 삼고자 체 게바라의 의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후반으로 향할수록 그들의 부대에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정부군의 눈을 피해 깊은 산으로 피신하기도 했고 의약품이나 물자의 보급이 늦어져 난항을 겪었으며 그 와중에 체 게바라는 지병인 천식이 더욱 심해져 고생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한계점에 다다른 모습이 보여서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1967년 10월 7일을 마지막 기록으로 다음날인 10월 8일 체 게바라는 유로계곡에서 정부군에 체포되어 10월 9일엔 살해된다.




의사이면서 동시에 게릴라이기도 했던 체 게바라. 그래서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앞으로 나아가야할지 부상병을 치료해야할지 주저하고 갈등했다고 한다. 생명의 존귀함, 고귀함을 아는 그이기에 분연히 혁명의 길에 오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비록 서른아홉이란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혁명가 체 게바라. 그의 삶을 이 책의 짧은 일기로 모두 알 수는 없다. 일부이긴 하지만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모습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난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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