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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우정 여행 - 파리의 정신과 의사 ㅣ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은정 옮김, 발레리 해밀 그림 / 열림원 / 2011년 1월
평점 :
프랑스와 클로르. 정신과 의사인 그는 자신의 이름보다 꾸뻬 씨라는 책 속 주인공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전작인 <꾸뻬 씨의 행복여행>이 법정 스님께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읽어보라며 추천하신 책이어서 언제든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차에 꾸뻬 씨가 새로운 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엔 우정이 주제란다. 꾸뻬 씨를 처음 만나지만 그의 여행에 동행하고 싶다. ‘이런 게 바로 인연 아니겠어요?’ 슬며시 말을 건네면서.
파리의 정신과 의사인 꾸뻬 씨. 그는 여리고 우울하면서도 불안에 떠는, 내면에 깊은 상처를 받은 환자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상담하면서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찾아온 한 여인으로 인해 그의 하루는 ‘특별한 하루’가 되고 만다. 자신을 인터폴의 바라문디 경위로 소개한 그녀는 꾸뻬 씨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꾸뻬 씨의 오랜 친구인 에두아르가 엄청난 돈을 갖고 튀어버렸다는 것이다. 꾸뻬 씨는 순간 당황하면서도 고민에 빠진다. 에두아르가 평소에도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긴 했지만 거액의 돈을 훔치는 일은 하지 않는 ‘언제나 엄격했고 도덕심을 가진’ 사람이란 것. 그러면서도 동시에 에두아르에게 무언가 말 못할 일이 생겼음이 분명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꾸뻬 씨는 에두아르가 자신에게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예전에 무심코 보고 넘겼던 무언의 메시지를 찾는다. ‘내 앞에 타오르던 불은 꺼졌다. 걱정하지 말게나, 친구. 그들의 말은 듣지 마. 날 기다려줘.’
걱정하지 말게나, 친구. 그들의 말은 듣지 마. 날 기다려줘. 에두아르는 이렇게 아무런 일도 아닌 듯 했지만 꾸뻬 씨는 그렇지 못했다.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도와주러 가봐야 하나? 그럼 가족들은 어쩌지? 내가 떠나면 가족들은 걱정할텐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꾸뻬 씨에게 아내 클라라가 말했다. “그럼, 가봐야지. 언제 떠날 거야?”
돈 벌러 먼 길 떠난 엄마(혹은 가족)도 아니고 의문에 싸인 말을 남긴 채 모습을 감춘 사랑하는 연인도 아니며 위험천만한 사지에 홀로 남은 병사도 아니었다. 그저 오랜 친구, 그가 현재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어서, 어쩌면 위험한 사건에 휘말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꾸뻬 씨는 여행을 떠났다. 우정을 찾아 머나먼 길, 아시아로.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나라면 친구에게서 소식이 끊겼다고 그를 찾아나설까? 글쎄...그가 얼마나 절친한 사이였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아마도 찾아나서진 않을 거야.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있잖아. 그렇담 내 친구들은 어떨까? 내가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면 기꺼이 날 찾으러 와줄까? 과연 누가?
책에서 꾸뻬 씨는 환자들과의 상담이나 일상에서 혹은 여행을 하다가 우정에 관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로 남겨놓는다. ‘우정은...’ 혹은 ‘친구란...’으로 적힌 문구를 보면서 나도 우정이란 뭘까 생각해보게 됐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연락이 뜸해진 친구들을 떠올렸다. 꾸뻬 씨는 친구를 가리켜 ‘내가 불행할 때 함께 슬퍼하고 내가 행복할 때 함께 기뻐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녀)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어느날 갑자기 뜬금없이 연락하더라도 그들은 날 변함없이 친구라고 생각할까? 나와 함께 한 시간이 즐겁다 여길까?
제목이 ‘우정여행’이기에 책에는 필연적으로 우정과 친구에 관한 단상들이 이어진다. 다양한 사람들이 빚어내는 이야기와 사건은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했지만 때로는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쉬웠다.
책을 읽을 때가 마침 기존 학년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무렵이어서 자연히 큰아이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활달하면서도 내성적인, 수줍음이 많은 큰아이는 새학기 때마다 몸살을 앓곤 했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걱정이 됐다. 우정이 무언지 그 깊은 무언가를 깨닫기엔 아직 어린 나이. 하지만 이건 어렴풋이나마 깨닫지 않았을까. 친구란 만나면 즐겁고 자신의 결점도 인정하고 좋아해주는 사람이란 것을. 큰 아이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나타나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