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셰프 - 영화 [남극의 셰프] 원작 에세이
니시무라 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올해는 좀 다릅니다만 제가 사는 곳은 눈 구경하기 정말 힘듭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린 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아무도 다니지 않은 길에 발도장도 찍고 아이들과 눈 천사랑 눈사람을 만들며 신나게 놀고 싶지만 몇 년에 겨우 한 두 번꼴로 눈이 살짝 내리고 맙니다. 어쩌다 눈이 좀 내렸다 싶은 날에는 온 시내의 도로가 마비가 되어 버리는지라 ‘함박눈 펑펑’은 언제나 희망사항일 뿐이지요.




얼마전 출간된 <남극의 셰프>는 표지 그림이 코믹하고도 인상적이었어요. 파란 하늘과 순백의 설원을 배경으로 한 명의 남자가 갓 튀긴 새우튀김을 젓가락으로 건져 올리는 뒤로 접시를 들고 쪼로록 줄지어 서있는 여덟 명의 남자들.(아이는 새우튀김은 4개 밖에 없는데 사람은 여덟이라서 절반은 못 먹겠다는 말을 했지만) 그 폼이며 차림새가 마치 한 열흘 쫄쫄 굶은 홀아비 같아서 보는 순간 쿡 웃음이 터졌답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들이 마구마구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남극은 너무 추워서 바이러스도 생존할 수 없다는데, 그곳에서 대체 뭘 하는 걸까? 아무리 셰프라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해먹는다는 게 가능할까?




저자인 니시무라 준은 1989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남극에 파견되었습니다. 처음엔 기지의 위치나 규모, 시설이 그런대로 잘 구비되어있는 쇼와기지에 있었지만 두 번째는 쇼와기지에서 내륙으로 1000킬로미터나 더 들어간 곳에 있는 돔 기지에 가게 되는데요. 해발 3.8킬로미터, 평균 기온 영하 57도.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인 돔 기지에서 저자를 비롯해 여덟 명의 대원들과 함께 지낸 1년여의 기록이 바로 <남극의 셰프>입니다.




책의 초반엔 주로 저자가 식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담겨 있는데요. 대원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는 음식물의 양이 1톤 정도라니. 술이나 쥬스 같은 음료를 포함한 것이긴 하지만 정말 어마어마하더군요. 게다가 모두 냉동보관이 가능한 식재료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오이나 감자 같은 야채를 비롯해 달걀과 우유 같은 것들까지 냉동재료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후로는 본격적인 돔 기지에서의 생활이 펼쳐지는데요. 남극 파견근무로 인해 처음 만나게 된 아홉 명의 남자들이 돔 기지의 좁은 공간 안에서 지내다 보니 별의별 일이 다 생기곤 합니다. 저 사람이 과연 전문가 맞아?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였기에 그 속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필요가 없는데요. 그런 대원들에게 있어 저자가 내놓은 요리는 유일한 해방구이자 최고의 위로가 되어줍니다. 그걸 알기에 저자는 갖가지 핑계를 대어 파티를 벌이기도 하는데요. 남극에서 벌어지는 그런 일상들의 모습이 한편으론  엽기적이면서도 정말 코믹합니다.




다만 책 속에 수록된 사진이 크기도 작은데다 흑백이어서 책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남극에서의 생활이 이 정도라면 1년은 무리겠지만 적어도 1주일은 너끈히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저자 자신도 “재미있었다”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책을 덮으며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어요. 영화 [남극의 셰프]는 어떨까? 저자를 의 원작이라고 하는데요. 원작영화는 어떨지 궁금해요. 저자인 니시무라 준을 비롯해 괴짜의사 후쿠다 대원, 술고래 모토야마 대원, 사진촬영의 명인 니시하라 대원....그들의 이야기가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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