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삼국유사 우리 역사에 담긴 과학을 찾는다
이종호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큰아이가 3월이면 5학년이 된다. 아이가 초등고학년이 접어들면서 나도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졌다. 4학년에 비해서 5학년 수학은 몇 곱절 어렵다는 것, 사회과목에서 역사를 배운다는 것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책을 통해 역사를 접하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중년의 나이가 되고서야 역사가 공부할수록 재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예전의 나,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역사는 지겹고 따분한 과목이었다. 그걸 아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요즘은 유치원 때부터 [삼국유사] [삼국사기]를 공부한다는데 그런 아이들 속에서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과학 삼국유사><과학 삼국사기>의 출간소식을 접하고 바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숨어있었다. 아직까지도 [삼국유사]나 [삼국사기]를 완전히 읽어내지 못한 내게 좋은 계기가 될 뿐 아니라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도 역사를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먼저 고려시대의 학자이자 승려인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내용과 서술방식에 있어서 차이점을 보인다. 왕조를 중심으로 역사를 시대 순으로 훑어보거나 인물에 대한 사실을 다룬 [삼국사기]에 [삼국유사]는 연대나 인물이 아닌 사건에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신화나 전설, 설화에 대한 내용까지 아울러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삼국사기에서 다루지 않은 고조선이나 가야에 대해서도 수록해놓아서 고대사를 이해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과학 삼국유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책은 모두 20개의 주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선덕여왕의 총기를 시작으로 막걸리, 포석정, 온돌, 차, 사리, 첨성대, 불국사 등 삼국유사에서 수록된 역사 속에서 과학적인 원리, 과학적인 기술이 드러난 대목을 발췌해서 설명한 다음 그와 관련된 과학적인 지식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제일 먼저 소개되고 있는 ‘선덕여왕의 총기’에서 당나라 태종이 보낸 모란그림을 본 선덕여왕이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그 꽃은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는 일화에 대해 말한다. 그 대목에서 일연은 선덕여왕이 나라를 잘 다스릴 뿐 아니라 앞을 내다보는 식견을 가졌다고 했지만 현대 과학에 의하면 선덕여왕의 말은 틀린 것이 된다고 한다. 왜냐면 나비가 꽃을 찾을 때는 후각이 아닌 시각으로 찾는데 꿀의 양이 노란 색일 때 가장 많다는 것이 연구결과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저자는 이야기를 인간의 오감 중 후각에 대한 것으로 연결지어 냄새에 대한 반응이 개개인별로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짚어준다. 또 2009년과 2010년에 발사된 나로호 발사가 실패로 돌아간 것과 관련해 저자는 신라의 패망에 있어 비운의 장소로 알려진 포석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포석정이 단순히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면서 연회를 즐겼던 것이 아니라는 것.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달라는 제사를 올린 곳이 바로 포석정일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고  물에 띄운 술잔이 흘러가다가 어느 자리에서 맴도는 것은 유체역학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큰아이가 가장 관심을 보일만한 로봇에 대한 것이나 불교의 ‘사리’, 경주하면 떠올리게 되는 불국사와 석굴암, 얼음을 보관하는 석빙고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지금까지 역사는 그저 과거에 있었던 일의 기록이라고만 여겼다. 물론 역사 속에서 오늘날의 우리가 배울 점은 분명 많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의 역사 속에 이렇게 과학이 숨어있을 줄이야. 저자의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