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이들 1 - 숨어사는 아이들 봄나무 문학선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영화 한 편이 생각납니다. 작은 아파트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옵니다. 조용조용 이삿짐을 옮기던 가족은 곧 커다란 가방을 여는데요. 그 속에서 세상에, 아이들이 나오는 겁니다. 아이가 많으면 아파트에서 쫓겨나니까 아이들이 많은 걸 숨긴 건데요. 엄마는 아이들에게 집에서 절대 나가지 말라고 합니다. 학교도 물론이구요. 그런 어느 날 엄마가 집을 나가버립니다. 큰 아들에게 동생을 잘 돌보라는 쪽지와 약간의 돈만을 남긴 채. 그리고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엄마도 없고 전기도 수도도 끊긴 집에서 아이들은 굶주림에 지치다가 결국 절망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데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충격적인 내용의 영화가 바로 일본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겁니다. 이웃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몰랐다는 것을 다룬 영화 <아무도 모른다>였는데요.




<그림자 아이들>의 소년 루크도 그와 비슷합니다. 다만 영화 속 아이들이 이웃 때문에, 집주인 때문에 아이들이 많은 걸 숨겼다면 루크는 셋째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식량난을 이유로 정부에서 셋째 아이를 금지시켰거든요. 셋째 아이는 태어나는 것조차 불법이었기 때문에 셋째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아이를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겨두고 길러야 했습니다. 만약 셋째 아이가 있는 걸 인구 경찰에 발각될 경우 혹독한 처벌을 받게 되니까 이웃집에 놀러가거나 학교를 가고 가족과 쇼핑을 하는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셋째 아이 루크는 가족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아이로 자랐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주변에 숲이 잠깐이나마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요. 어느날 정부에서 고급주택을 짓기 위해 루크네의 땅, 숲을 강제로 매입해서 밀어버리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잠깐의 산책도 위험한 일이 되버린 거지요. 이후로 루크는 집 안 다락방에 갇혀 늘 그늘 속에 지내게 됩니다. 다락방의 환기창으로 고급주택을 지켜보는 것이 유일한 일상이 되어 버렸는데요. 어느날 우연히 루크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분명히 부부와 남자아이 둘만 사는 걸로 알았던 이웃집 창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보였던 겁니다. 자신과 같은 셋째 아이가 틀림없다고 여긴 루크. 가족들 몰래 이웃집의 셋째 아이를 만나기로 결심합니다. 반은 기어서 반은 달려서 찾아간 집. 거기서 루크는 만납니다. 이웃집의  셋째 아이, 젠이란 소녀를. 그리고 알게 됩니다. 셋째 아이가 그림자 아이로 불린다는 것과 나라 곳곳에 셋째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갑자기 불어난 인구, 식량난 때문에 국민들의 출산을 제한하는 정책은 사실 우리에겐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이 전하는 이야기는 놀랍고 충격적입니다. 극심한 빈부 격차와 그로 인한 차별과 박탈감, 젠을 비롯한 일부 셋째 아이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유를 달라며 집회를 열었지만 그들을 대하는 정부의 대응. 이 순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실의 이야기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책은 저의 바램과는 다른 길로 이야기가 접어듭니다. 그 일로 인해 아무도 모르는 존재, 그림자 아이로 살아가려 했던 루크는 새로운 결심을 갖게 됩니다. 안전지대이자 보호막이었던 집을 떠나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내 딛게 되는데요. 루크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앞으로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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