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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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한창 추리소설에 빠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셜록 홈즈, 애거서 크리스티, 괴도 루팡...등 세계 3대 추리소설 중에서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를 제외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엘러리 퀸의 <Y의 비극>을 읽었던 것도 바로 초등학교 시절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줄곧 추리소설을 안 읽었는데, 어쩌다 만난 <소년탐정 김전일>이란 만화를 계기로 다시 추리소설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름난 여러 작가의 작품을 조금씩 섭렵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도 만나지 못한 작가가 있어요. 바로 본격추리소설의 거장이라는 요코미조 세이시인데요. 소년탐정 김전일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기 직전에 외치는 “명탐정이신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란 말 속의 ‘할아버지’인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명탐정을 탄생시킨 장본인이 바로 요코미조 세이시였습니다.




황혼 무렵 두 연인이 삼수탑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기이한 모양의 삼수탑을 바라보던 여인이 두려움에 떱니다. 자신의 곁에 있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남자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조만간 닥쳐올 최후의 결전, 피비린내 나는 사건의 소용돌이를 예감이나 한듯이...




소설은 주인공은 미야모토 오토네. 어렸을 때 양친을 잃은 그녀는 자식이 없는 우에스기 백부(이모부)의 양녀가 됩니다. 좋은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그녀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인으로 성장하는데 그런 그녀에게 어느날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오토네의 증조부인 사타케 젠키치에게 겐지라는 이름의 동생이 있는데, 그가 오토네에게 백억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한 겁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다카토 슌사쿠라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리고 우에스기 백부의 회갑연을 맞아 열린 파티에서 춤을 췄던 여인과 두 명의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맞는데요. 그 중에 오토네의 정혼자인 슌사쿠도 있었던 겁니다. 충격에 빠진 오토네는 쓰러지고.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접근합니다. 살인이 일어난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친 낯선 남자. 그는 오토네를 거칠게 밀어붙여 제압해 버리고 오토네는 혼란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 혼란도 앞으로 벌어질 피의 향연에 비하면 전주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백억 엔의 유산을 상속받는 조건인 정혼자가 시체로 발견되자 오토네에게 주어졌던 단독 유산상속은 무효가 되고 겐지의 유산은 생존한 사타케 일족 모두에게 똑같이 분배되기에 이르는데요. 여기엔 커다란 변수가 있었습니다. 겐지가 죽어 유언장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일족 중 누군가가 죽는다면 남은 이들이 더 많은 재산이 차지하게 된다는 건데요. 바로 그 이후부터 사타케 일족이 하나 둘 살해당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누가 범인일까요? 오토네에게 접근한 의문의 남자의 정체와 그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삼수탑’에는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을까요?




“명탐정이신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란 김전일의 말 때문에 이제야 드디어 긴다이치 코스케의 맹활약을 보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거액의 유산을 둘러싸고 사타케 일족 사람들의 연이은 죽음에 숨겨진 비밀과 의문의 사건을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해결할거라는 제 예상과는 달리 소설은 오토네의 서술로 이뤄졌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장면도 그다지 많지 않구요. 사건의 배경이나 전개도 치밀한 트릭이나 복선보다는 우연적인 요소로 치우쳤던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소설이 발표된 시기가 1950년대라는 걸 감안하면 이해가 되기 합니다만 그래도 좀 아쉬웠어요. 다행히 해설을 보니 이 <삼수탑>이 요코미조 세이시의 과도기적 작품’이라는 대목이 있네요. 긴다이치 코스케의 멋진 대활약을 만나기 위해 저자의 또다른 작품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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