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민규. 그와의 첫 만남은 ‘폭소’ 그 자체였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슈퍼맨을 마스코트로 했으면서도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가 몇 곱절이나 많은 만년 꼴찌팀 삼미슈퍼스타즈를 끌어내어 이야기로 엮어가는 솜씨가 정말 기가 막혔다. 그의 말재간, 글빨에 배꼽을 잡으며 깔깔 웃는 가운데 무한감동을 느꼈다. 이후 만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그는 내가 알고 있던 ‘박민규’가 아니었다. 그의 모든 작품을 읽은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예전 작품과 전혀 다른 발상과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야기, 보다 신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에서 또 한 번 놀랐다. 그래서 그의 <더블>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한 권도 아닌 두 권. 책을 읽는 즐거움도 틀림없이 두 배, 어쩜 그 이상이 될테다.




두 권으로 된 책이라 장편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단편 18편을 모은 단편집이었다. 발표 시기는 2005년 봄부터 올해 2010년 가을까지 저마다 달랐는데, 그래서인지 각각의 단편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달랐다. 한마디로 각각의 단편이 저마다 다른 매력을 지녔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단편이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 나타난 하얀색의 거대한 물체로 인해 한국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지만 그 의문의 물체가 UFO가 아닌 아스피린이었다는 [아스피린], 한때 잘 나가는 자동차 영업맨이었지만 몇 달째 계약 한건 올리지 못하자 결국 계약직으로 밀려난 남자가 아내의 소지품에서 딜도(성인용 기구)를 발견한 후로 상실감에 방황하다가 ‘내비에 찍고 줄곧 가서’ 은하계의 화성으로 영업을 떠난다는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는 박민규 특유의 상상력과 촌철살인 유머가 돋보였고 우리의 지난 과거, 치욕스럽고도 부끄러운 모습, 현실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면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비틀고 풍자하기도 했다.




또 불혹을 넘기도록 연애는 물론 결혼할 사이도 없이 오직 일과 업무에 매진했지만 간암 말기라는 선고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와 삶을 마감하려던 남자가 자신이 다녔던, 이제 폐교가 되어버린 초등학교를 찾아가 땅에 묻어둔 ‘타임캡슐’을 꺼내오는 것을 시작으로 절친했던 동창들을 만나면서 지난 추억을 돌아보는 [상처], 더는 인생을 살아갈 자신과 힘을 잃은 노인이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누런 강 배 한 척]처럼 가슴 한켠에서 뭉클한 감동을 불러오는 단편도 있었고 [낮잠]에서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나자 심근경색에 당뇨까지 겹쳐오자 자식들에게 재산을 정리하고 스스로 요양원으로 들어온 남자가 그곳에서 학창시절 첫사랑과 만나 그녀를 도와주며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고 마침내 가슴 떨리는 순간을 맞지만 나이를 먹은 육체로 인해 실수를 범하는 모습에서 노년의 로맨스와 회한을 느껴볼 수 있었다.




“이런 책은 처음일세”

<더블>은 외형에서부터 일반 책과 달랐다. 영화 [반칙왕]을 연상시키는 표지 사진을 비롯해서 정사각형 모양의 책 두 권, 그것도 ‘상, 하’가 아닌 ‘side A, side B’라고 나뉜데다(LP 시절의  여러 화보와 일러스트를 모아놓은 화집까지. 정말이지 보다보다 이런 책은 처음이었다. 작가 자신이 ‘1968년생’이라고 밝혔듯 불혹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신선하면서도 독특하고 노련함이 돋보이는 작품들. 그 속에서 나는 박민규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