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30
사쿠라이 스스무 지음, 전선영 옮김 / 살림Math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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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보다 수학을 좋아해서 이과를 선택했는데도 불구하고 고교를 졸업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더 이상 수학을 안 해도 된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내가 수학을 싫어했던 건 아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거기서 거기인 영어에 비해 수학은 마음먹고 공부하면 그 성과가 드러나는 과목이어서 좋아했지만 그래도 어려웠다. 확률이나 통계, 수열 같은 부분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 내가 수학, 아니 숫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서 기억력이 80분간만 지속되는 수학 박사. 누구나 절망에 빠질 상황인데도 그는 자신을 보살피는 파출부와 그녀의 아들 루트에게 따스하게 대한다. 지극히 사소한 나이와 신발 사이즈에서조차 의미있는 수식을 발견하는 박사, 그를 지켜보는 파출부와 루트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을 망설이지 않고 집어들게 된 데에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일상이 알고 보면 모두 수학으로 설명된다는 신기하고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거란 기대에서 였다. 그런데....책을 읽는 도중에 수시로 난 유체이탈을 경험했다. 분명 나는 책을 손에 쥐고 눈은 책장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머리는...저 머언 곳으로 날아가는 기분이란....


책은 모두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도입은 ‘고민상담실’이란 코너에서 황당박사가 엉뚱여사나 호기심아저씨의 수학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다음 본문에서는 앞에서의 고민을 보다 자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고 본문 중에 언급된 수학자에 관해 간단한 소개글로 마무리를 한다. 이를테면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수와 로그를 너무 어려워한다고 토로하는 엉뚱여사에게 황당박사는 지수와 로그는 삼각함수와 같은 것으로 옛날부터 썼던 도구로 우리 인류에 크게 도움이 됐다며 말을 꺼낸다. 그런 다음 본문에서 삼각함수가 천문학에서 시작되었는데 고대에서는 천체관측4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는지 알려주고 중세에 이르러 대항해시대를 맞아서는 항로를 계산하는데도 필요했다고 하면서 복잡한 천문학 계산을 좀 더 간편하게 하기 위해 로그가 이용되었다면서 로그표를 만든 네이피어에 대해 간략하게 알려준다. 이런 형식으로 오늘날의 내비게이션이 무엇을 위한 기술이고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컴퓨터가 생활 깊숙이 파고 든 요즘 컴퓨터가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복사용지의 크기에는 어떤 규칙이 숨어있는지 짚어주는데 어려운 대목이 많아서 골머리릴 싸매기도 했지만 수학이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문인지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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