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회색빛 바탕에 두 남녀가 걸어간다. 상반신만 그것도 컬러가 아닌 그림자처럼 짙은 색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이들이 어떤 모습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큰 보폭으로 성큼 성큼 걸어가는 모습에서 이들의 강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들은 바로 탐정클럽. 검은 양복의 키 큰 남자와 검정 재킷을 입은 여자. 그들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탐정클럽’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회원제 조사기관이라는 것과 VIP회원들의 의뢰를 받아 인적 사항 조사부터 뇌물수수 같은 비리를 캐거나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탐정의 업무를 한다는 게 전부다. 이 외엔 모든 것이 그늘에 가려진 탐정클럽. 그들이 수사에 나선다.


책에는 다섯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사장의 희수를 축하하는 파티가 열린 날 밤에 사장이 자신의 방에서 목을 멘 시체로 발견된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사장의 비서와 사장의 세 번째 여자, 그리고 사장의 사위이자 부사장은 사장의 자살을 비밀리에 부치기로 하지만 어느새 사장의 시체가 사라져 버리는 [위장의 밤], 부동산업을 하는 야미가미 고조 사장이 욕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사람들은 평소 고조가 심장이 안 좋아 심장마비로 인한 자연사를 했다고 짐작하지만 그의 아내는 남편이 살해당했다고 주장한다. 밀실인 욕실에서 일어난 사건 [덫의 내부], 방과후 집으로 돌아온 미유키는 엄마가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미유키는 아빠의 행동이 평소와 다른 뭔가가 있다는 걸 느낀다. 거기다 언니와 이모까지도 자신에게 무언가를 감춘다는 걸 알아차린 미유키가 탐정클럽에 전화를 걸어 사건을 의뢰하는 [의뢰인의 딸], 탐정클럽에 남편의 뒷조사를 의뢰한 후미코. 그녀는 탐정클럽에 조사에 관련한 모든 것을 비밀리에 진행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어이없게도 탐정클럽이 범죄에 이용당하는 [탐정활용법], 둘째 딸 유리코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하라 다이조. 그는 탐정클럽에 딸의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봐달라고 의뢰한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는 가운데 첫째 딸이자 유리코의 이복자매인 나오코가 자신의 방에서 목숨을 잃는데 끔찍한 사건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는 [장미와 나이프]. 이 모든 사건들을 탐정클럽이 해결하는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은 실로 소름끼칠 정도였다.


하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작품을 읽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작품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기에, 예전에 읽었던 몇 몇 작품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서슴없이 <탐정클럽>을 집어 들었는데, 기대가 너무 컸던 건 아닌가 싶다. 장편이 아니라 단편이어서 그의 글의 힘이 잘 드러나지 않은 건 아닌가 했지만 그것도 아닌 듯하다. 아무리 추악하고 충격적인 범죄를 이야기 하더라도 그 속에서 반드시 인간의 따스함을 전하는 이야기, 이를테면 <붉은 손가락>이나 <교통경찰의 밤>에서처럼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따스함이 이 책에선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 사건을 의뢰받았기에 업무의 하나로 사건을 수사하는 탐정클럽의 이미지가 강하게 도드라진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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