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
오세정.조현우 지음 / 이숲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문/이과를 선택해야 할 때, 전 망설이지 않고 이과를 택했습니다. 어렵고 고리타분한 고전보다 차라리 물리 과목을 공부하는 게 더 수월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만약 그때 고전을 택했다면, 그래서 문과를 갔더라면 어땠을까 요즘 들어 간혹 생각해보곤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꼭 읽어봐야 할 것이 바로 고전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고전을 읽어보긴 하지만 완전히 이해하기엔 제가 아직 부족한 게 많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우리 고전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고심하다가 한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입니다.




표지를 가만 보니 참 재밌습니다. 나이 지긋한 양반이 옆으로 비스듬히 앉아서 갖가지 행태의 젊은이들 모습을 바라보는데요. 그 모양이 꼭 지하철에서 노인이 서로에게 몰입하는 젊은 연인들을 보며 쯧쯧, 혀를 차는 것 같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부제가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네요. ‘발칙한’이라...어찌보면 식상한 표현 같지만 그래도 왠지 솔깃해집니다. 왜, 무엇을 발칙하다고 했을지...




<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는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오는 신화와 전설을 비롯해 우리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소설, 판소리들을 이야기하는데요. 주제에 따라 ‘나는 누구인가’ ‘오직 그 사람이기에’ ‘여자의 영원한 숙제, 남자’ ‘새로운 세상을 열다’ ‘영웅이 꿈꾸는 세상’ 이렇게 다섯 개의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구요. 각각의 주제에 해당하는 우리의 고전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고전의 내용을 알려주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고전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들을 짚어줍니다. 예를들어 [이생규장전], ‘왜 오직 그 사람만을 사랑하는가?’에서 저자는 [이생규장전]의 간단한 내용과 함께 한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져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면서 절친한 친구 사이 ‘지음’에 대해서 알려주는데요. 여기서 저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전에 제가 고리타분하고 어렵다고 생각했던 고전들이 알게 모르게 현대의 대중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몇 몇 영화를 통해 알아보는데요. [이생규장전]에서는 [원스]와 제가 무척 인상적으로 봤던 [트와일라잇]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런 형식으로 12개의 고전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서 저자가 짚어주는 것들을 꼼꼼하게 되새기다보면 지금보다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을뿐더러 사고를 더욱 깊게 하는 좋은 훈련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 [홍길동전]을 읽을 즈음이었어요. 여러 책을 통해 [홍길동전]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터라 가볍게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놀라운 일이 터졌지 뭐예요? 외교부 모 장관의 딸이 특채로 임용되었는데, 직원의 ‘임용 자격기준’을 변경하면서까지 변칙적으로 이뤄진 과정이 실로 놀랍더군요. 그것을 두고 ‘현대판 음서제도’란 비판이 일었는데요. 그걸 계기로 음서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볼 수 있었었지만 고, 저자가 말한 것처럼 고전이 현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마음은 꺼림칙하네요.




요즘 들어 오래전에 읽었던 고전문학 작품을 다시 만나고 있는데요. 느낌이 정말 새롭습니다. 처음 읽었을 땐 이해하지 못했던 대목을 이제서야 고개 끄덕이게 되고 미처 느끼지 못했던 부분까지 새롭게 만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고전은 단순하게 보면 옛이야기에 그칠지 모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저의 일상과 삶이 연결될 때 고전은 고전(古典),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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