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2 : 세계와 나
MBC 'W' 제작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었다. 시댁이라 잠자리가 바뀐 탓도 있다. 평소대로 잠이 올 때까지 책을 읽으면 좋으련만 불을 밝힐 수도 없었다. 자정을 넘기고 나서 할 수 없이 텔레비전을 켰다. 그리고 만났다. [W]를. 일찍 잠드는 시댁 식구와 한 방에서 곤히 잠든 가족들 깰까봐 소리를 완전히 줄이고 본 프로그램,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을 전하려고 하는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집을 떠난 어린 아이들에게 모진 학대와 폭력을 가하며 노예 부리듯이 하던 장면을 보며 순간 분노가 치솟았다. 먼 과거가 아닌 바로 지금, 지구의 반대편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실로 충격적이었다.




그날 이후 기회가 되면 [W]를 챙겨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잊고 지냈는데 얼마전 [W]를 다시 만났다. 아니,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온전하게 시청한 적이 한번도 없으니 내겐 첫 만남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런데 [W]가 벌써 방송 5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최근 출간된 책도 두 번째라니. 놀랍고 또 반가웠다. 내가 모르고 있던 세상의 여러 모습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어서 놀랐고 정말 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을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책은 프랑스 파리의 무인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벨리브’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의 주범인 자동차의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고유가 시대를 맞아 경제적인 교통수단으로 떠오른 자전거. 파리는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전거 투어상품을 내어 놓았는데 이를 통해 숨 쉬는 도시, 친환경 도시 파리로의 탈바꿈을 계획하고 있었다. 또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인도양의 보석’ 지상낙원으로 통하는 몰디브가 점점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삶의 터전인 바다가 해수면이 높아짐에 따라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 몰디브 사람들은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어서 결국 ‘집단 이주’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몰디브 대통령의 얘기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느낄 수 있었다. 두 아이를 기르는 엄마여선지 아이들에 관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가난 때문에 위험하고 가혹한 노동의 현장으로 내 몰리는 엘살바도르의 아이들.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즐겁게 뛰어놓아야 할 어린 아이들의 손에 쥐어진 담배와 약물중독.... 실로 가슴이 아팠다.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위해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구호의 손길을 보내지만 이곳의 아이들에게 전해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가 처한 식량위기 사태도 충격적이었다. 오랫동안 밀을 생산하고 빵을 주식으로 했던 이집트에서 식량의 자급자족이 원활하지 못해서 밀을 수입하고, 그런데도 빵을 구하지 못하다니. 그들의 모습에서 쌀이 남아돈다며 논을 갈아엎고 공장이나 아파트를 짓는 우리에게 언젠가 닥칠지도 모르는 암울한 미래가 보이는 듯해서 섬뜩했다.




<세계와 나 W2>. 책에는 19개의 이야기, 세계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그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좋았다고 따질 수 없을 만큼 각각의 내용은 모두 인상적이었고 깊이 생각해봐야 할 여지를 남겼다. 세상을 또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와 내 가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렌즈를 좀 더 넓게 확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속에 속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 내 주변, 혹은 더 멀리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책장을 덮으며 갑자기 궁금해졌다. 여기의 내용들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어땠을까. 책으로 볼 때와 어떤 느낌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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