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비오틱 아이밥상 - 우리 아이 자연으로 키우는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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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해 먹어?”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본다. 도대체 뭘 해 먹어야 좋을까. 뭘 해야 잘 먹을까. 내가 이렇게 고민하면 사람들은 시어른이나 남편의 식성이 까다로운 줄 아는데, 천만의 말씀. 모두 편식하는 큰아들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김치를 먹이려고 양념 털어내고 다지고 볶아서 반찬을 만들면 질색을 하며 싫어하고 먹지 말라는 것들, 라면을 비롯해 탄산음료, 치킨, 피자, 햄 같은 걸 너무 좋아한다.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1년 내내 기침을 달고 살고 거기다 천식까지 있어서 먹는 음식에 더 신경을 쓰는데 그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큰 아이는 오늘도 지 입맛에 맞는 것만 찾는다. 에이, 미운 넘!




얼마전 지인에게서 <마크로비오틱 밥상>에 대한 얘길 들었다. 자연을 통째로 먹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는데 말 그대로 뿌리부터 껍질까지 모두 먹는다는 거였다. 단, 꼭 ‘제철음식’이어야 한다는 것. 그제야 이해가 됐다. 음식하려고 야채나 식재료를 준비할 때 가장 신경쓰이는 게 농약이나 불순물인데, 제철음식이라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그래서 뿌리부터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거구나...싶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뿌리부터 껍질까지 먹는다면 평소의 음식보다 질감이 다소 거칠텐데...그걸 과연 아이들이 먹을까? 좋아할까?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이런 저런 걱정들은 본문을 읽다보니 조금씩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제일 먼저 그동안 우리가 먹었던 여러 식재료를 몸의 기운을 돋을 수 있는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일러주고 야채나 채소가 지닌 토양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도록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짚어준다. 양배추의 꼭지를 그동안 먹을 수 없다고 잘라서 버렸는데 그것도 제대로 손질하면 먹을 수 있다니! 놀랍다.




이런 음식도 집에서 만들 수 있구나!하는 것들이 정말 많았다. 연근과 오트밀로 소시지라든가, 다진 고기 대신 소스에 수수를 넣어서 만든 스파게티, 언두부로 만든 탕수육/돈까스는 생각보다 조리방법이나 재료가 간단해서 언제든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식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조리한 음식도 많았다. 천식에 좋다고 해서 그동안 연근으로 부지런히 조림을 해서 먹었는데, 볶음도 가능하단다. 오이와 미역을 소금에 살짝 절인 것을 식초와 조청으로 만든 조림장으로 살짝 무쳐서 먹으면 여름철 입맛 떨어졌을 때 좋다고 하니 꼭 기억해둬야겠다.




무엇보다 깜짝 놀란 것은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계란 없는 계란말이’ ‘새우 없는 깐쇼 새우’를 만든다는 거였다. 아니, 그게 가능해? 싶지만...정말 가능하다! 계란 대신 두부, 새우 대신 곤약을 이용해 조리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보니 아하! 이러면 되는구나..무릎을 치면서도 살짝 군침이 돌았다.




저자는 말한다. ‘당신이 먹은 음식이 곧 당신’이라고. 순간 뜨끔했다. ‘내가 아무리 애써서 만들면 뭐해? 먹어야 말이지. 안 먹는데...’ 그동안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는데, 그것 역시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 끼의 밥상이 내 아이의 건강을 지켜가는 버팀목이 된다는 걸 잊고 있었다. “뭘 해 먹일까?”가 아니라 어떤 음식으로 어떻게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질 것인지 고민해봐야겠다. 엄마는 정말 부지런해야 하는구나...하는 걸 또 한 번 실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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