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 -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증보판 고독한 미식가 1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전작주의가 아니다. 그럼에도 몇 몇 작가의 책은 꼭 챙겨보는데 만화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 <열네 살>을 계기로 만난 다니구치 지로. 그의 만화는 만화 이상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의 작품은 섬세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로맨스나 스릴 넘치는 서스펜스, 커다란 감동은 없다. 하지만 사실적이고 평범한 캐릭터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조용하고 아늑한 호수처럼 읽고 나면 포근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로는 간혹 그의 작품이 새로 출간되진 않았는지 검색해보곤 하는데, 최근에 그가 <고독한 미식가>란 음식에 관한 만화를 출간했다. 다니구치 지로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갈까...호기심이 발동했다.




미식가(美食家).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 혹은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미식가라고 하면 실내장식이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한정식집에서 비싼 음식을 시켜서 맛을 보는, 남보다 예민한 미각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니쿠치 지로의 작품 속에서 만난 미식가는 조금 달랐다.




주인공은 외국에서 물건을 가져다가 판매하는 일을 하는 일종의 ‘무역업’을 하는 중년의 남성. 구매고객을 만나거나 물건을 전하는 업무를 보기 위해 혼자서 차를 몰고 여러 지방을 다닌다. 그러다 끼니때가 되면 어디 괜찮은 식당이 없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찾는다. 여기까지만 봐선 ‘미식가’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맛을 보는 과정에서부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낯선 곳에 그것도 혼자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면 이것저것 따지기보다 ‘아무거나’(‘아무거나’란 메뉴가 있으면 식당은 대박날텐데...란 생각을 하며) 얼른 먹고 끼니만 때우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주인공은 어떤 식당에 들어가더라도 식당의 여기저기 둘러보고 다른 사람은 어떤 걸 먹는지 살펴본다. 반찬을 선택할 때도(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반찬도 따로 주문한다) 어떤 재료로 어떤 조리과정을 거쳤을지 짐작해보고 직접 맛을 본 후엔 음식 맛에 따라 ‘이건 더 먹어야겠다’며 추가주문을 하기도 하지만 때론 너무 많이 먹었다며 자제하지 못한 걸 후회하기도 한다.




왜 고독한 미식가일까? 생각했다. 이런 의문은 금방 알 수 있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직장도 정해진 점포 없이 언제나 혼자서 여기저기 다녀야 하는 사람, 그래서 매 끼니때마다 혼자서 식당을 드나들어야 했기에 ‘고독한’이란 표현을 한 게 아닐까.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렇게 혼자서 음식을 대해야 했기에 각각의 음식마다 그 고유의 맛과 느낌을 포착하고 즐기는 ‘미식가’가 될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일본엔 오사카에 며칠 머문 게 전부인 나로선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니구치 지로가 알려준 도쿄의 맛집을 탐험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