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고른 장난감 - 에디터 맘 정원씨의
강정원 지음 / 낭만북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나의 첫 번째 장난감은 아기인형이었다. 생전에 외항선원이셨던 친정아버지께서 사다주신 것 같은데 몸을 눕히면 눈을 감고 바로 세우면 눈을 뜨는, 거기다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을 수도 있는 예쁜 아기 인형이었는데 내가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엔 특별히 기억나는 장난감은 없다. 앞집 아이의 바비인형을 나도 갖고 싶어서 사달라고 졸랐지만 나보다 3대 독자인 남동생이 우선이었기에 소득없는 투쟁으로 끝났었다.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이런저런 장난감이 선물로 들어왔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내가 만들어준 갈색의 테디 베어와 토끼 인형이다. 만드는 재료와 방법이 패키지로 된 거였는데 엄마의 서툰 솜씨로 만든 인형을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 그 이후엔...오로지 자동차! 자동차! 자동차! 내가 구입하는 책과 두 아이가 사들인 자동차 장난감만 줄였어도 벌써 아파트 평수를 넓힐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만큼 정말 엄청나게 모았다.




6년 터울의 두 아들을 키우면서 이제 웬만한 장난감은 겪어봤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의 장난감이 눈길을 끄는 책이 있었다. <에디터맘 정원씨의 두 번 고른 장난감>. 평소의 나라면 ‘에디터’가 뭔지 검색부터 했을텐데 이번엔 달랐다. 대체 어떤 장난감이길래 이렇게 책으로도 냈을까? 궁금했다.




‘12년차 에디터 엄마의 특별하고 사적인 아이 물건 이야기’라는 띠지의 문구처럼 이 책은 저자와 두 연년생 아이의 장난감에 얽힌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디자인관련 책을 접하며 자라서일까? 성인이 된 저자는 직업이나 두 아이의 장난감 하나도 남다른 시각과 안목을 발휘해서 골랐다. 싸인펜이나 크레파스, 색연필 같은 필기구를 고를 때도 부드러운 질감과 다양한 색감, 아이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한지 따져봤고 책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번역서가 없다면 원서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림책이 갖고 있는 온전한 아름다움과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애썼다.




남자아이만 둘이어선지 책에 수록된 장난감 중에 나와 아이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 것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밤비와 앨리스 팝업북은 보면서 침만 줄줄 흘렸고 그동안 망설이고만 있던 ‘마이 퍼스트 워드 북’과 ‘마이 퍼스트 딕셔너리’는 이번 참에 과감하게 질러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밤이 되어 어두워지면 별자리가 뜨는 지구본을 아이에게 사줬지만 ‘스텔라노바 동물 지구본’도 무척이나 탐이 났다. 이외에도 실감나는 공구 놀이감인 보쉬의 미니 툴 숍이나 여러 부속품을 해체, 조립해서 원하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오토모블록스’,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쳐다만 봤던 ‘브리오의 유니세프 기차놀이’, 독특한 ‘홈타운 블록북’......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장만한 장난감을 아이들이 좋아할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고. 어떨땐 아이들의 장난감을 자신이 더 좋아할 때도 있었고,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과도 가까워졌다고 얘기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장난감은 모두 요즘 시중에 판매되는 장난감처럼 원색의 화려하고 요란한 디자인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손에 익숙한 놀잇감으로 언제 보더라도 정감 있고 추억이 살아있는 장난감 아닌 장난감...일종의 ‘추억상자’ 같은 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아쉬운 건 두 아이에게 시기가 지난 장난감이란 거였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두 아이가 모두 완전히 커버린 건 아니란 거다. 장난감을 그저 저렴하고 당장 좋아보인다고 해서 고를 것이 아니라 몇 년 후를, 아이의 10년 후를 떠올렸을 때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놀잇감을 선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만을 위한 특별한 ‘추억상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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