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종말시계 - '포브스' 수석기자가 전격 공개하는 21세기 충격 리포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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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등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자동차로 출퇴근 하지도 않는데. 휘발유 보충한 게 언젠데 벌써? 어디 조금이라도 싼 곳이 없을까? 수소문해서 찾아가기도 했지만 그것도 리터당 1,500원 정도일 때의 얘기다. 휘발유가 1,700원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저렴한 곳을 찾아 헤매길 그만두고 아파트 근처의 가까운 주유소를 찾아간다. 그리곤 “@만원” “만땅!”을 외치던 예전과 달리 “20리터요!” 혹은 “30리터!”라고 말한다. 자동차에 휘발유가 주입되면서 파파팍 올라가는 숫자를 보면 머릿속에선 이런 외침이 들린다. 아껴 써!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아껴 써!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아껴 써! 석유 한 방울........




검은 액체를 뒤집어쓴 손이 스톱워치를 들고 있다. 1바퀴가 20달러에 해당하는 시계를 움켜쥔 손은 당장이라도 단추를 누를듯하다. 찰칵찰칵 한 칸 한 칸 움직이는 시계침을 바라보는 시선에 팽팽한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석유가 화수분이 아닌 이상 언젠가는 고갈되기 마련이다. 석유가 사라진 세상. 우리의 생활은 얼마나 달라질 것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여태껏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심각하게 생각하길 거부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석유 종말 시계>는 그런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석유 공급 부족이 이제는 더 이상 가상의 상황이 아니기에 그에 대한 전망과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석유 공급 부족으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구체적으로 전하고 있다.




책은 1갤런 당 유가가 4달러를 시작으로 6달러, 8달러, 10달러...2달러씩 올라 20달러에 이를 때까지 우리 생활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달라질지 보여준다. 4달러 시점, 빌이란 평범한 사람의 하루 일과를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석유가 우리의 생활에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짚어주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갤런당 6달러에 이르면 도로 위에서 차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2달러 더 올라 8달러가 되면 가족들과 대서양을 횡단해 파리나 런던 같은 곳으로 여행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며 수많은 항공사들의 항공기가 사라져 하늘은 텅 비게 될 거라고 전망하는데 거기에 놀랍게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도 포함되어 있다. 이후 유가가 갤런당 10달러가 되면 자동차가 도로에 몰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골동품처럼 애지중지 가꾸며 즐기는 개념으로 바뀔 것이라 한다. 도로 위를 주름잡던 휘발유 자동차는 배터리로 충전해서 달리는 전기자동차에게 패권을 넘겨주게 되는데, 이 시기부터는 인류가 고안해낸 가장 놀라운 물건이라는 플라스틱도 초원에 널려있는 옥수수 같은 풀잎으로 플라스틱을 만들게 될 거라고 한다.




유가가 1갤런 당 2달러씩 오를 때마다 예측되는 우리의 모습은 실로 놀랍고 충격적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삶의 단편들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석유자원에 의존적인 삶을 살아왔는지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석유가 고갈됨으로 인해 달라지는 삶의 모습 중엔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유가가 인상될수록 자동차 사용이 줄어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도 감소하게 될테고 도로에서 차들이 사라진만큼 그로 인한 공기오염도 줄어들지 않을까.




인상적인 대목은 저자가 ‘현대형 도시의 정답’으로 제시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의 송도 신도시라는 점이다. 도시의 여러 요소들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조화시킨 점을 비롯해 그 외에도 송도신도시가 어떤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유가가 이미 상승열차를 탄 이상 지금보다 떨어지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석유가 고갈된 세계의 모습에 지레 겁을 먹고 공포에 떨기보다 지금의 생활을 조금씩 개선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동차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며 낭비되는 소모품을 줄여나가는 것. 이것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런데도 난, 오늘, 벌써, 일회용 컵을 3개나 낭비해버렸다. 낭패다. 머릿속에서 다시 외침소리가 들려온다. 아껴 쓰라니까!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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