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
닉 혼비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피버 피치> <하이 피델리티> <어바웃 어 보이>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픽션> 국내에 출간된 닉 혼비의 작품이 많은데도 내가 읽은 그의 책은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가 유일하다. 그가 책에 품고 있는 연정과 일상을 엿볼 수는 있었지만 지성과 감성, 거기에 유머까지 만족시킨다는 글을 제대로 느껴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드디어 그의 소설 <슬램>을 만났다.




영어에 약해서 영어로 된 제목을 만날 때마다 좌절감을 맛본다. ‘SLAM’? 대체 무슨 뜻이여? ‘슬램덩크’의 ‘슬램’하고 같은 건가? 표지그림과 관계있으려나? 검색해봐도 ‘쾅 닫다’ ‘세게 놓다’ ‘맹비난하다’라고만 나올 뿐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역시 본문을 읽으며 짐작할 수밖에.




책은 만사가 제법 그럴듯하게 굴러가고 있었다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엄마가 허접한 남자친구를 떼어냈고 선생님에게서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얘길 들었으며 애먹던 스케이트 트릭 두 가지를 습득했고 무엇보다 앨리시아를 만났다는 것에 ‘하하’ 웃음을 날리는 주인공은 바로 16살의 샘 존스. 중년의 내가 보기엔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것에 그가 좋아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바로 그의 엄마가 자신을 16살에 낳았다는 거다. 때문에 집안 대대로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슬픈(?) 내력이 있기에 샘은 자신만큼은 부모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짐은 그저 다짐일 뿐, 반드시 현실로 이뤄지지는 않는가보다. 샘이 그렇게도 꺼리던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앨리시아가 임신하는 바람에 16살인 자신이 곧 아빠가 된다는 게 아닌가.




여자친구보다 스케이트 보드 친구들과 어울리길 좋아하고 자신의 우상인 토니 호크의 포스터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걸 즐겼던 샘. 하지만 현실은 그를 순간의 실수로 인해 성인이 되기도 전에 아빠가 되어야하는 상황으로 몰아붙인다.  그러자 샘은 현실에 혼란과 두려움을 느끼고 지방의 작은 도시로 도피해버리고만다. 그리고 환상 속에서 자신의 미래,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있는 걸 보게 되는데....




이 책이 십대의 임신을 소재로 해서였을까. 몇 년 전에 읽었던 <이름없는 너에게>란 책이 생각났다. 주인공이 예상치 못했던 임신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다는 대목은 닮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예전의 작품에선 안타까운 감정이 크게 도드라졌는데, 이 책은 여자친구의 임신이란 심각하고 불안한 상황을 저자가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왠지 자신의 인생이 아찔한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는 듯하지만 이것 역시 삶의 한 부분이며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일러주는 것 같았다. 지성과 감성, 유머까지 만족시킨다는 닉 혼비의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