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 스페인·라틴아메리카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후안 룰포 외 지음, 김현균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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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부터 국내의 몇몇 유명출판사에서 세계문학들을 내보이고 있다. 기존에 이미 출간된 작품이 새롭게 번역하거나, 새로운 판형과 표지로 출간되고 있는데 간혹 지금까지 출간된 적이 없는 새로운 작품이 있어서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 중에 창비 세계문학이 있다.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지금까지 많이 알려진 저자의 장편이 소개되는 것에 비해 창비 세계문학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처럼 국가나 주요지역으로 묶어서 해당 나라 작가의 단편들을 모아놓았다는 점이 독특하다.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는 창비 세계문학의 [스페인/라틴아메리카편]이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었지만 스페인/라틴아메리카 작가의 작품을 그다지 많이 접하지 못했기에 만나기 전부터 기대가 됐다. 책은 19명  작가들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목차를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작가는 <백 년 동안의 고독>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와 <운명의 딸>의 이사벨 아엔데 단 두 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작가의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실제로 작품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300쪽이 안 되는 책에 19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어서 각각의 단편은 길이가 그다지 길지 않다. 이그나시오 알데꼬아의 [영 산체스]이 50페이지에 가까운 가장 긴 단편이라면 아우구스또 몬떼로소의 [일식]처럼 단 두 페이지짜리 단편도 있었다. 그 중에 인상적인 작품을 꼽자면 목장주에게 갚아야 될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암소 꼬르데라를 팔아야하는 처지에 놓은 목장 주인과 어릴적 엄마요 할머니 같던 아이들이 청년이 되어 전쟁터에 불려가는 이야기를 담은 [안녕 꼬르데라!], 곱게 잘 자란 소녀를 보며 지난 날 소녀가 태어나던 순간과 어릴적 모습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는 삐오 바로하의 [마리 벨차], 공장 노동자인 주인공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판으로 복서의 길을 걷는 이그나시오 알데꼬아의 [영 산체스], 마치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듯 이야기의 서술방식이 과거로 과거로 이어지는 알레오 까르뻰띠에르의 [씨앗으로 돌아가는 여행]은 예전에 읽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스페인버전(?)을 보는 듯했다. 의문을 품게 했던 제목이자 표제작인 후안 룰포의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는 35년 전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이에게 복수하려는 멕시코군 대령과 그에게 자비를 구하려는 암살범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스페인의 비극적인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 많은데다 영미소설에 비해 자주 접하지 못한 나라의 작품, 그것도 전쟁이나 가난, 혁명, 독재정치처럼 비극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서인지 각각의 단편들은 생각만큼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루에 두 세 개 정도의 단편을 읽고 나서 틈틈이 책의 내용을 곱씹어야 하는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각 단편마다 저자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내용에 대한 간략적인 설명과 ‘더 읽을거리’를 수록해놓고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현재 총 9권으로 구성된 창비 세계문학. <스페인/라틴아메리카편>외에 다른 나라편에는 어떤 작품이 수록되어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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