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진단서 - 요리책에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 식품의 모든 것
조 슈워츠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 12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갈수록 식탁 차리기가 어려워진다. 유전자 조작식품에 원산지가 의심스런 식재료들, 농약범벅 채소와 과일, 인공감미료와 착색제로 맛을 낸 가공식품. 나와 가족들의 몸에 건강을 해치는 유해한 성분이 차곡차곡 쌓여갈 걸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단 한 끼의 식사라도 이런 것들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모든 먹거리를 직접 기르고 재배하지 않는 한. 아니, 그것 역시 현재의 환경에선 불가능하다. 각종 매체에서 내놓는 정보를 보면 더욱 혼란스럽다. 먹으면 좋다고 했다가 아니다. 이러이러한 점이 유해하니 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이것도 저것도 문제라니 대체 뭘 먹으란 말인가!




화학자이면서도 음식과 영양에 관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던 저자 조 슈워츠는 일명 ‘카더라’ 통신에 의한 부작용, 혼란스런 정보로 인해 사람들이 예전의 좋지 않은 식단으로 돌아가는 걸 염려한다. 그래서 복잡한 인체의 다양한 분자적 구성과 보다 확실한 과학적 분석을 기초로 한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음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평소 우리가 자주 접하는 먹거리에 대해 얘기한다. 사과를 비롯해 토마토, 블루베리, 양배추, 콩, 브로콜리, 시금치, 우유, 초콜릿, 커리 등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지식을 짚어주는 동시에 미처 알지 못했거나 건강에 나쁘다고 알고 있던 식품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전해준다. 2부 [식품 조작의 득과 실]에서는 음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질병이나 증상에 대해 알려준다. 짜게 먹는 습관과 고혈압, 설탕과 같은 당분과 아이들의 과다활동성, 인공감미료와 체중조절 문제, 아질산염이 함유된 가공식품과 위암발병율, 식용색소의 안정성, 비타민의 올바른 섭취방법에 대해 충고한다. 3부 [음식물에 스며든 오염물질]에서는 필요에 의해 탄생된 농약으로 인해 우리가 치르는 고통과 트랜스 지방과의 전쟁, 육류 속의 성장촉진제, 카페인과 다이옥신 등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마지막 4부 [잘못된 속설 바로잡기]에서 저자는 마치 기적의 음식처럼 알려졌던 구기자 주스, 두뇌건강과 노화를 방지한다는 DHEA의 효능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했고 다이어트를 위해 녹차를 마신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얘기한다.




그동안 우리가 식품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책을 읽는 내내 놀랐다. 몸에 안 좋은 성분이 있다는 말에 겁을 먹은 나머지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으니...나의 어리석음에 부끄러울 뿐이다. 반면에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았다. 커리와 후추의 음식궁합이 좋아서 함께 먹어야 좋다는 거나 유기농 채소와 일반 채소가 영양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이 약 한 번 먹어봐! 아픈 거 다 나아! 아침마다 요강이 깨져!” “저~기 허리굽은 할머니, 이거 먹고 허리 펴졌어!” 시골장터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던 만병통치약 약장수를 기억한다. 현란한 말솜씨로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던 그에게 혹해서 약 한 병씩 손에 들고 귀가하던 사람들. 그들을 다시 만나지 못했으니 그 약이 얼마나 효험이 있는지 알 수 없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의사가 청진기를 들이대고 진찰하듯 저자는 각각의 식품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조사해본 후 진단을 내린다. 어떤 식품도 우리의 몸을 순식간에 좋아지게 만들지는 못한다고. 존재하지도 않는 만병통치약처럼 기적을 바라지는 말라고. 그리고 겁먹은 환자를 다독이듯 조용히 말을 건넨다. 뭐든 모자라거나 과하지 않게 적당히 먹는 게 중요하다고. 어떤 것에서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아 때론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해답일 듯하다. ‘ 먹어야 좋을까’가 아니라 ‘뭘 어떻게 먹어야 할까’ 고민해야할 때가 됐다. 평소 음식과 건강에 관해 고민했다면 이 책이 그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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