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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탐닉 - 북촌 10년 지킴이 옥선희가 깐깐하게 쓴 북촌 이야기
옥선희 지음 / 푸르메 / 2009년 11월
평점 :
지방에서 나고 자란 내게 북촌은 바다건너 외국이나 다를 바 없는 낯선 곳이었다. 간혹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경으로 언뜻 보이는 한옥 마을을 보고 아, 서울에도 저런 곳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의 전통가옥인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옥을 생활하기 편리하게 부분적으로 개조한 사람들의 책을 읽고 여행을 가더라도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곤 했다. 몇 달 전엔 ‘외국인 한옥지킴이’로 알려진 한 외국인이 북촌마을에 벌어지고 있는 개보수 공사에 반대하다가 부상을 입고 시력까지 잃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북촌의 한옥마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서울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일대의 북촌은 언제든 서울에 가면 꼭 둘러봐야할 곳으로 손꼽게 됐다. 하지만 오직 희망사항으로 그칠 뿐 북촌과 나의 사이는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고 평행선을 이뤘다. 그러다 만나게 된 책이 바로 <북촌탐닉>이다. ‘북촌 10년 지킴이 옥선희가 깐깐하게 쓴 ‘북촌’ 이야기‘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영화 칼럼니스트로 알려진 저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알려주는 북촌 소개서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북촌에 살다’는 북촌이 자리하고 있는 지리적 여건과 오늘날의 북촌이 형성된 배경, 과정 같은 기본적인 소개와 더불어 북촌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상을 털어놓고 두 번째 ‘북촌을 거닐다’에서는 말 그대로 저자와 함께 창덕궁길, 계동길, 별궁길, 감고당길 등의 북촌의 길을 거닐면서 그 거리의 정취에 흠뻑 느껴볼 수 있다. 한옥으로 둘러싸인 좁은 길 곳곳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공방,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유적지와 박물관, 모든 것이 다 아름다운 윤보선 가옥, 고택들,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면 만나게 되는 작은 가게들...을 둘러보는데 각각의 거리마다 간단한 약도를 수록해놓고 있어 북촌의 골목길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북촌 밖을 서성이다’에서 저자는 북촌의 주변은 어떠한지 소개하고 있는데 재래시장도 대형마트도 없는 북촌이지만 낙원시장이나 광장시장 같은 대규모의 시장이 인근에 있어서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다고 하고 구름재란 의미의 ‘운현궁’에서 굴곡진 우리의 역사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우리의 지난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곳 북촌. 좁은 골목길에서 더욱 운치가 느껴지는 북촌의 한옥 마을이 몇 년 전부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일명 ‘북촌 가꾸기 사업’이라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왔던 한옥마을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 진정으로 가꾸는 것일까. 고요함 속에 생동감이 넘쳤던 북촌이 점차 그 빛깔을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북촌이 제 모습을 잃어버리기 전에 얼른 가족들의 손을 잡고 북촌의 골목골목을 거닐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