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99>를 처음 본 곳은 서점이었다. 신간서적 코너에 쌓여있던 걸 지인을 기다리다 뒤적거렸다. 자칭 ‘소설 노동자’라는 김탁환의 작품이니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펼쳐든 나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사진이었다. 기이하고 괴상한 사진들,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괴물이 바로 이런 모습일거라고 생각될만큼 엽기 그 자체의 그로테스크한 모습들. 깜짝 놀라 책장을 덮어버렸지만 자꾸만 떠올랐다.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란 부제의 이 책엔 대체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책은 ‘상상사진관’의 주인인 강영호란 사진작가가 자신만의 집을 지으려는 것으로 시작된다. 드라큘라 백작이 살 것 같은 중세의 성, 꼭대기에 유령선을 올리고 관을 쌓아두는 지하, 패닉 룸과 자신만의 복도를 구비한 복잡한 구조의 건물을 지어달라는 강작가의 요구에 제이 킬이라는 건축가가 응답하면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엽기적인 이야기 <상대성 인간>, 언제부턴가 자신의 몸에 돋아나 자리잡게 된 낯선 이의 얼굴이 곧 죽음을 맞게 된다는 걸 알게 된 지하철 기관사 T의 고뇌를 담은 <인간인간인간>,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공원에 나타나는 빛을 내는 반딧불이 인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쫓아다니는 <반딧불이 인간>, 이외에 <웨딩 인간> <끈적 인간> <아몬드 인간> <알바크로스 인간> 총 7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들 연작단편들 모두 강작가가 등장한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이 소설을 탄생시킨 한 명의 작가이며 사진 속 주인공으로.

이 작품은 사진을 빼놓고 말 할 수 없다. 사실 사진작가 강영호가 얼마나 유명한 인물인지 처음 알게 됐다. 하지만 책 속에서 만나는 이미지와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광기, 기괴함, 에너지는 너무나 강렬해서 한 번 보고 나면 뇌리에 박혀버릴 정도다. 특히 <끈적 인간>의 사진은 정말이지!! 마치 누군가의 몸속에 오랫동안 기생해있던 외계의 생명체가 본체를 완전 잠식한 끝에 탄생하는 듯했다. 그래선지 소설 속에서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하고 목숨이 다하고 말았던 99번이 난 왠지 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속에서 끄집어내 프레임에 잡아가둔 99마리의 괴물이 있어요. 아마 더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괴물을 살려내어 서울 곳곳에, 홍대 주변에, 목동 근처에 풀어놓으리다. - 264~5쪽.

글과 사진, 어느 쪽이 먼저고 나중이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저 선택된 이미지를 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현실과 상상이 뒤엉켜서 이뤄낸 이야기들을 보면서 놀라움과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나의 내면에도 이런 괴물이 깃들어있는 걸까 두렵기도 했다. 김탁환과 강영호, 두 사람의 몸에 깃든 하나의 심장. 그들이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어떤 이미지를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