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할 길
M. 스콧 펙 지음, 신승철 옮김 / 열음사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인생은 고통이라고...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힘겨운 일이 생길때면 그저 그러려니...시간이 해결해주겠지....하고 넘어간 적도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매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만나는 고통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끌어안을 때, 오히려 고통은 줄어든다니....그러고보면 나의 지난 날들 중에서 고통을 회피하려고 해서 오히려 더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그저 '좋은 게 좋은 거지 뭐.'하며 대충 해치우려고 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언성을 높이다 자칫 잘못해서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 금이 가진 않을까...겁이 나서였다. 또 누가 나에게 '넌 이런 단점이 있어'하며 자존심을 긁는 얘길 하는 걸 무척 싫어했다. 지금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 참된 우정이고 친구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사실은 오랫동안 거의 습관처럼 되버린 나의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 자신 없어서인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참 용기가 없다. 하지만 나의 이런 모습이 아이에게 모델이 된다니 지금부터라도 문제에 직면하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사랑을 이렇게나 잘못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럼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사랑은 도대체 뭐지? 사랑이 아닌거야?' 이 책의 <사랑>편을 읽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꾸 혼동이 됐다. 십자수를 할 때 실을 수시로 풀어주지 않으면 나중엔 실이 서로 꼬여서 커다란 매듭을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 한참을 실과 씨름해서 풀어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꼬임이 많았던 실은 수를 완성한 후에도 광택이 떨어지는데 이 책을 읽을 때의 내 느낌이 그랬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깊은 밤 잠들기까지 우리는 하루종일 그야말로 '사랑'속에서 살아간다. 신문에서, 텔레비전에서, 라디오에서, 거리에서....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두들 날 사랑한다고 외쳐댄다. 그게 진정 사랑일까.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내리는 사랑에 대한 정의와 견해들이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감정이나 행동이 정말 '진정한' 사랑이었는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 같다.

당신이 반쯤 정신을 팔면서 짝짜꿍을 한다면, 당신은 반쯤은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산만한 아이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당신 부부 사이에는 빈 공간을 두어라. 당신들 사이에서 하늘의 바람들이 춤추도록 하게 하라.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순간 머리가 아찔해졌다. 자신의 즐거움과 감정만 앞세우면서 나는 과연 상대방의 정신적 성장을 바랬던 걸까, 나의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나의 가족, 나의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사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연인간의 사랑이 전부는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사랑 역시 성장하는 게 아닐까. 지금의 나는 불과 5,6년 전의 내 모습이 아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면서 사랑의 폭이나 깊이가 달라진 것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어떤 부모가 되어야할지 고민하게 하며 더 나아가 삶의 가치를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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