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어, 야!! 너 어디 가?” 퍼뜩 이 한마디를 내뱉고 싶어진다. 한 마리의 목마가 자신이 머물던 자리를 벗어나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른다. 늘 같은 자리에서 맴돌던 목마가 찾아가는 곳은 어딜까. 오기와라 히로시의 <회전목마>를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이다.




도쿄의 잘 나가던 회사에서 근무하던 토노 케이치. 과중한 업무에 동료들이 자살하자 회사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사표를 낸다. 그리고 고향인 코마타니로 돌아와 공무원을 하게 된다. 안정된 직업, 큰 만족이 없는 대신 큰 불만도 없는 생활에 젖어있던 케이치가 파견근무를 하게 된다. 그가 맡게 된 부서는 바로 ‘아테네 마을 리뉴얼 추진실 준비실’. 나름 특색 있는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고자 놀이공원을 세웠지만 해마다 엄청난 적자를 내서 누계 적자가 47억 엔에 달하는 골칫덩이가 되버린 ‘아테네 마을’을 되살리라는 것이다. 그것도 오래된 공무원 생활에 푹 젖은 나머지 패기나 협력, 추진력이란 걸 기대할 수조차 없는데다 재건을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 아테네 마을을 찾을 때조차 점심으로 뭐가 나올지에만 관심을 갖는 동료들과 함께 말이다. 케이치는 갑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아들인 텟페이가 학교에서 ‘아버지가 하는 일’에 대해 숙제해가야 한다며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데다가 아내에게서도 자신에겐 ‘퍽’하는 박력이 부족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뭔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아니고선 아테네 마을을 재건한다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만 무사안일한 관료주의에 빠진 동료와 이사진들은 해마다 치뤘던 프로그램으로 하자고 나온다. 하지만 왠지 사소한 일에서 골치아파질 것 같은 예감이 들자 ‘추진실’에서 일임하라고 하기에 이르고 상사인 탄바는 그걸 모두 케이치에게 떠맡긴다. ‘아테네 마을 골든위크 이벤트’ 개최까지 겨우 3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도쿄에선 숨 쉴 틈 없이 바쁜 생활을 했지만 고향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에 왕소심남이 되어버린 우리의 케이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인가.




도무지 해결책이 없을 것 같던 케이치의 ‘아테네 마을 재건 프로젝트’는 의외의 인물들을 만나면서 하나씩 돌파구를 찾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야말로 코믹하고 유머가 넘친다. 튀는 외모와 행동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아니올시다’라고 여기는 이들이 모두 자신의 능력을 살리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준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철밥통이라 일컫는 공무원, 무슨 일에든 ‘선례가 없기 때문에’라며 뒤로 물러서는 이들이 더욱 답답하게 여겨졌다. 물론 이 작품 속에 등장한 공무원이 모든 공무원들을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오기와라 히로시 특유의 유머와 감각이 살아있는 작품이지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소설의 제목이자 케이치가 추친하던 이벤트의 최정점인 ‘회전목마’로 뭔가 대형타가 일어나지 않을까...은근히 바랬는데 나의 희망사항으로 끝나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저자는 그것 역시 벗어날 수 없는 공무원 사회, 관료주의의 하나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딸인 카에데조차 아빠에게 “소심해”라는 말을 듣는 케이치. 그에게 곧 쨍하고 밝은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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