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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1
모리 에토 지음, 오유리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소설을 꾸준히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만나보지 못한 작가가 꽤 많다. 촉촉한 감수성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에쿠니 가오리와 츠치 히나토리를 비롯해 요코하마 히데오, 요코미조 세이지...도 만나지 못했다. 모리 에토 역시 마찬가지다. 몇 년 전 나오키상을 수상한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는 줄곧 리스트에만 올라있을 뿐 구입하지도 않고 있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만난 것이 물빛을 띤 작은 책 <다이브>였다.
‘높이 10미터. 시속 60킬로미터. 공중에 떠 있는 시간 1.4초.’ 지극히 간단한 단 몇 줄의 문장이 ‘다이빙’에 관한 모든 것을 설명한다. 올림픽이 열릴 때 어쩌다 보게 된 경기에서 다이빙은 너무나 단순하게 보였다. 10미터의 다이빙 대에 올라 풀쩍 뛰어 아래의 풀로 입수. 그때 물이 얼마나 조용한가, 물이 얼마나 튀느냐에 따라 채점이 이뤄지는 걸 보면서 저렇게 재미없는 경기를 왜 하나...싶었다. 하지만 다이빙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굳센 의지를 지닌 사람만이 화려한 빛을 발하는 운동이었다. 잠깐 동안의 비행을 위해 등에 날개를 다는 이들의 이야기...바로 <다이빙>이다.
도모키와 레이지, 료는 미즈키 다이빙 클럽(DMC)에 소속된 동갑내기 다이빙 선수들이다. 어느 나라든지 비인기 종목에 대한 생각과 대접은 비슷한가 보다. 오랫동안 누적된 적자 운영 때문에 DMC는 곧 폐쇄될 위기를 맞는데 바로 그때 나타난 인물이 아사키 가요코란 코치였다. DMC를 창설한 이의 손녀로 클럽을 지키려고 하는 그녀가 눈여겨보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사카이 도모키였다. 부모가 모두 다이빙 선수 출신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후지타니 요이치에 비해 실력은 떨어지지만 무한한 재능을 갖춘 도모키에게 그녀는 ‘다이아몬드 눈동자’, ‘동체시력’을 갖추고 있다며 철저하게 훈련을 시킨다. 그 결과 도모키의 다이빙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숨겨진 재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런 도모키에게 아사키는 너의 라이벌이라며 또 한 명의 다이빙 소년을 데려온다. 유명한 다이빙 선수였던 할아버지를 둔 오키쓰 시부키. 할아버지의 지도로 어릴 때부터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내렸던 그의 다이빙은 거칠지만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었다.
이후 책은 중국에서 치러지는 아시아 합동 훈련의 참가선수가 되기 위한 선발전과 DMC의 존속 조건인 올림픽 출전 국가대표 선수가 되기 위한 도모키와 레이지, 료, 요이치, 시부키의 여정을 보여준다. 저마다 다른 소질과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때로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앞으로 한걸음 내딛는다. 서로에게 있어 더없이 큰 힘이 되는 동료이자 라이벌의 관계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단련시켜 나간다. 또 각자 자신만의 다이빙을 발견하는 계기를 찾게 되는 모습들이 무척 감동적으로 와 닿았다. 책을 읽는 내내 잔잔한 물결이 내 주변을 휘감고 도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