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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ㅣ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요노스케 이야기>를 보는 순간 ‘말 달리자’란 노래가 생각났다. 초록의 넓은 들판 위를 신발도 양발도 벗고서 맨발로 달려가는 청년. 그 거침없는 모습에 불쑥 호기심이 일어난다. 어딘가로 달려가는 걸까.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앞모습이 아닌 뒷모습만으로도 이렇게 사람을 설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신기하다. 앞으로 만나게 될 요노스케는 대체 어떤 인물일까.
요노스케는 푸릇한 젊음이 느껴지는 활달한 청년일거라고 상상했는데 첫 대목에서 만난 인물은 상상과 거리가 멀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이리저리 비척거리며 걷다가 주변에 즐비한 고층빌딩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인물. 대학 진학을 위해 마악 도쿄에 도착한 열여덟살의 청년. 그가 바로 요노스케였다. 오, 이런....
우리의 주인공 요코미치 요노스케는 에도시대의 풍속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이름이 같다. 정말 딱 이름만. 그 외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이 호색한으로 유명한 인물인데 비해 현재의 요노스케는 어수룩하다 못해 때론 뭔가 모자라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학생이 되어 만난 구라모치와 유이와 처음 만난 대화에서부터 어쩐지 나사 하나가 빠진 듯 하다싶었는데 얼떨결에 삼바 동아리에 가입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요노스케의 이런 어리숙함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늦추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장점으로도 작용한다. 요노스케를 만났던 이들은 하나같이 그에 대해 강한 인상을 갖지는 않지만 간혹 그를 추억한다. 예상치 못했던 임신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결혼했던 구라모치와 유이는 세월이 흘러 열다섯 살 딸의 남자친구 문제로 고민하다가 그 옛날의 요노스케 떠올리며 ‘그 녀석 덕분에 우리가 만난 건데’하며 갈등을 조금씩 풀어간다. 그런데 그 방식이 독특하다. 요노스케와 구라모치가 목욕탕에 있는데 갑자기 장면이 바뀌어 중년의 구라모치와 유이가 등장해서 요노스케를 떠올리면 거기서 다시 장면이 바뀌어 다시 요노스케의 대학생활이 나온다. 처음엔 이런 형식의 이야기 흐름이 낯설었지만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요노스케의 그다지 특별한 것 없는 1년간의 지극히 소소한 일상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해졌다. 어느 순간 갑자기 뚝 끊긴 것 같은 이야기가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혼자서 상상해보기도 했다. 언제까지나 어수룩한 청년으로 지낼 것 같은 요노스케가 사진에 매료되어 보도사진을 찍는 작가가 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하루, 우연히 일어난 일상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