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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거대한 기차 - '칭짱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가려진 통일 제국을 향한 중국의 야망
아브라함 루스트가르텐 지음, 한정은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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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6년 7월 1일. ‘하늘 길’이 열렸다. 가장 높은 지점이 5천 미터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티벳의 고원에 칭짱 철도가 개통했다. 단지 이 사실만 놓고 보면 정말 굉장하다. 산소가 극히 희박한 지역이라 호흡하기도 어렵다는 그렇게 높은 곳에 철도를 놓는 일이 가능한가? 그걸 해냈으니 인간의 능력은 정말 무궁무진하구나 싶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저자인 아브라항 루스트가르탠이 <중국의 거대한 기차>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칭짱 철도 건설’ 그 이면에 숨겨진 ‘무언가’였다.
‘금단의 땅’이라 불리던 티벳에 철도를 건설하기까지 중국은 50년간 치밀하게 조사하고 차근차근 준비과정을 밟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영구동토층으로 이뤄진 땅. 지표 아래가 얼음으로 되어 있어서 온도가 올라가 얼음이 녹으면 거대한 탱크도 빠질 정도로 크고 깊은 모래지옥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는 곳에 어떻게 철도를 놓을 것인가. 이 문제를 놓고 중국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고심한다. ‘열 사이펀’이라는 특별한 냉각장치를 만들지만 그것 역시 티벳의 지형적 특성이나 위험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는 칭짱 철도의 건설을 서두른다. 대체 이유가 뭘까.
저자는 우선 티벳의 넓은 땅이 중국으로선 탐이 났을 거라고 말한다. 중국에서 여덟 번째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0년까지 동부와 철도로 연결되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란 점은 중국으로 하여금 철도건설의 동기가 되었다. 인구나 경제성장 면에서 여러모로 중국과 경쟁대상인 인도와 네팔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경계하기 위해 국경이 인접한 티벳은 군사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요충지였다. 거기다 티벳에 매장되어 있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자원까지! 중국은 예로부터 티벳을 ‘시짱’이라 불렀는데 그것이 ‘서쪽은 보물창고’라는 의미인 것처럼 이렇게 몇 가지만 훑어보더라도 티벳은 중국에게 그야말로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다. 사탕단지를 아이 손에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올려두면 아이는 의자나 사다리를 동원해 그 단지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 그런 것처럼 중국은 자국의 필요에 의해 여러모로 탐나는 땅 티벳을 손에 넣기 위해 가장 먼저 철도건설이 필요했던 것이다.
중국 정부는 동부와 서부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철도건설을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칭짱 철도 건설이후 이득을 본 사람들은 한족이었고 티벳 사람들의 삶의 질은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의해 티벳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훼손되기 시작했고 전염병이 돌았으며 한족의 문화가 침투하면서 고유풍습과 문화가 사라지고 젊은이들은 티벳의 고유한 언어를 잃어가고 있었다.
얼마전 읽었던 티벳작가 아라이의 소설 <소년은 자란다>가 생각났다. 칭짱 철도 건설이 가져온 개발에 밀려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소설 속 작은 마을 지촌 사람들의 모습과 겹쳐졌다. 작은 것에 감사하던 순박한 사람들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조금씩 파괴되어 가다가 언젠가 내쳐질 걸 생각하니 갈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들의 모습은 20세기 초 일본 식민지하에서 신음하던 바로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까.
사실 책의 구성이나 편집은 완벽하지 않다. 본문의 성격도 기행문인지 사회과학 분야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읽어볼만 하다. 위기에 처한 티벳의 아픔과 현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