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인간의 경제학 -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
이준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숫자란 참 신기하다. 숫자와 문자가 같이 있을때 이상하게도 문자보다 숫자에 먼저 눈이 간다. <36.5℃ 인간의 경제학>이란 책을 봤을때도 그랬다. 분명 ‘경제학’이란 글자를 먼저 봤다면 틀림없이 머릿속에서 이 책이 어떤 책일지, 어려울지 쉬울지의 판단을 내리고 고심했을텐데, ‘36.5℃’가 먼저 눈에 띄면서 순식간에 결정이 내려졌다. ‘36.5℃? 인간의 적정체온을 나타내는 거 아냐, 왠지 쉬울 것 같은걸...아니, 재밌을 것 같아.’ 막상 책을 받아들고 나거야 내가 터무니없이 엉뚱한 결정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 쉽고 재밌는 경제학 책이 어딨냐?’ 하지만 책을 손에 들고 읽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엉뚱한 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이거 의외로 쉬운데!!’




<36.5℃ 인간의 경제학>의 저자 이준구 박사는 그동안 경제학 서적을 집필했는데 ‘경제학도라면 그의 책을 최소 한 권 이상 읽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제학계에 알려진 분이었다. 그런 저자가 최근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게 바로 ‘행태 경제 이론’이다. 사실 ‘행태 경제학’이란 단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은데 그 속을 조금 알고 보면 결코 어렵거나 골치 아픈 이론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인간이 취하는 모든 행동에는 인간의 심리가 숨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거기에 이 책은 곁가지 하나를 추가한다. 바로 ‘경제’의 개념이다. 즉,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관없이 인간이 하는 행동에 경제적인 이론이 숨어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전에 반드시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우리 인간은 생각만큼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주먹구구식으로 생각하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이 한 장을 50번 접었을 때의 두께를 대충 ‘몇 센티 정도’라고 짐작하는데 책에서 알려주는 수치는 어마어마했다. 또 어떤 사람의 성격이나 특징에 대해 알려주고 그의 직업을 짐작할 때나 배우자를 고를때도 우린 어림짐작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여준다고 한다.




바로 그런 것들이 우리의 일상은 물론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쟁관계에 있는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서 주로 써먹는 ‘미끼상품’이나 ‘묶음판매’가 구매자들로 하여금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효과를 가져오는데도 우린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어떤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똑같은 금액의 돈이라도 어떤 경로를 통해 자신에게 들어왔느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대목은 정말 놀라웠다. 왠지 나의 어리석은 측면을 들킨듯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후회한다. 불과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일간지에 끼어 들어오는 대형마트 전단지를 볼 때 기저귀값이 얼마인지, 어디가 얼마나 싸게 판매하는지부터 체크했다. 딴에는 꼼꼼하게 구입한다고 낱개당 가격이 얼마인지 전자계산기로 두드리며 비교하는 알뜰함을 보였다고 여겼는데 그게 바로 미끼에 걸려들었던 격이라니...한심하기만하다.




‘소설처럼 재밌는 경제학 책’을 쓰고자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36.5℃ 인간의 경제학> 이 책이 내게 소설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설만큼 흥미로운 책이었다. 다른 경제관련 책에 비해 비교적 쉬웠다. 나의 일상과 행동, 심리에 어떤 경제적 논리와 이론이 숨어있는지 알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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