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오나리 유코 그림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달의 사막을 사박 사박 고등어 조림이 지나가네요. ♫




큰일이다. 요며칠 계속 이 노래(?)가 입가에 맴돈다.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보지 않았기에 음정도 박자도 알 수 없는 노래건만 눈으로 한번 읽는 순간 뇌리에 콕 박혀버렸다. 생전 첨 듣는 노랫말을 흥얼거리는 엄마를 가족들은 이상하게 쳐다보고 큰아이는 ‘왜 하필 고등어 조림’이냐며 물어보기까지 한다. “어우, 야아~, 그런 걸 물어보면 어떡하니? 나도 모르는데....”




이 책에는 열 살의 사키와 엄마의 일상이 담겨있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어제와 별다르지 않은 오늘, 내일도 오늘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의 모습이지만 왠지 정겹고 따스한 느낌을 준다.




사키는 열 살이란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이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솜사탕이 너무나 맛있어서 아빠에게 주려고 접시에 담아두거나 바람을 막기 위해 창문을 열어두고 불어난 강물이 넘치지 않게 일부러 수도꼭지를 열어둔 사키. 어른의 눈으로 보기엔 터무니 없는 것이지만 순수한 아이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아들만 둘이지만 그동안 딸을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지만 사키를 보는 순간, ‘이런 딸이라면 셋째를....?’하게 된다. 거기다 사키의 엄마! 사키의 짝꿍인 무나가타와 연락장을 통해 짤막한 대화를 주고 받고 사키가 ‘선행상’이라며 빨간 리본을 허리에 둘러주자 뛸듯이 기뻐하는 모습이 철딱서니 없다기보다 나도 이런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엄마와 어린 딸의 일상을 막 구은 촉촉한 케이크처럼 부드럽고 풍부한 감성이 담긴 글로 표현한 책이기에 저자인 기타무라 가오루는 당연히 나와 비슷한 중년의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읽었던 <스킵>이란 책에서도 저자의 감성을 감탄하며 읽었는데.... 너무나 놀랍게도!! 남자였다. 그것도 60대의 할아버지라고 한다. 오, 세상에...이런 일이. 인터넷으로 사진을 검색해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거다.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감성이란 걸 손에 만질 수 있는 거라면 이 책에서 엄~청 많이 묻어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일상에 지쳐서 어떤 일에도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사박사박’이란 단어를 입으로 말하는 순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는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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