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
아침나무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여러분은 우리나라의 신화 중에 어떤 걸 알고 계신가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린이 독서지도사 공부를 시작하는 첫 날, 동화부분 강의를 맡으신 선생님께서 질문을 하셨다. 우리 신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순간 강의실에 혼란의 물결이 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30명, 60개의 눈동자가 어찌할 바를 몰라 어리둥절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우리의 반응을 이미 예상하셨던 걸까.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하셨다. 신화는 그리스로마신화만 있는 게 아니라고. 우리나라에도 엄연히 신화가 있다고 하시며 단군신화를 비롯해 고구려, 백제, 신라 각 나라의 건국신화(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알고 보니 그동안 옛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때의 일은 내가 우리 신화에 얼마나 무지했는지 확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세계의 신화>를 만났을 때 예전의 일이 생각났다. 그후 틈틈이 신화관련 책을 읽어왔지만 전체적인 흐름이나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던 차여서 ‘세계의 신화’를 담고 있다는 이 책이 정말 반가웠다. 그런데 책을 직접 눈으로 보고서. 놀랐다. 이렇게 두꺼울 줄이야. 본문이 750여 쪽. 판형도 일반책보다 큰데다 무게 또한 상당하다. 외출할 때 결코 가져갈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이게 바로 신화가 지닌 무게가 아닐까 생각하니 왠지 책장을 넘기면서도 긴장이 됐다.




책의 시작은 신화가 단순히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대 사회에서는 믿음의 대상이자 종교와 같았고 그들의 생활까지도 지배했었다며 신화의 기원과 배경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한다. 그리고 만난 것이 우리나라 신화. 먼저 신화의 내용에 따라 창세. 건국. 무속신화로 나뉜다는 설명과 함께 신화의 정형을 보여준 단군신화부터 출발해서 세상을 어떻게 다스렸는지, 환웅이 하늘로 돌아간 이후 벌어진 전쟁, 탁록대전에 대해 알려주고 그 외에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오늘이, 바리데기 같은 무속신화도 짚어주고 있다. 그 옛날엔 우리의 영토가 한반도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과 우리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계보도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후부터는 ‘서양의 신화(그리스로마 신화, 이집트 신화, 북유럽 신화, 켈트 신화, 메소포타미아 신화, 페르시아 신화)’, ‘동양의 신화(중국 신화, 인도 신화, 일본 신화, 몽골 신화)’, ‘기타 신화(북미 신화, 중남미 신화, 아프리카 신화,  오세아니아 신화)’ 세 부분으로 나눠서 각 신화의 특징과 여러 신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이집트 신화는 놀랍게도 그리스로마 신화를 이루는 신들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과 신들의 머리가 동물모양인 건 바로 동물을 숭배하는 토테미즘에서 기인했다는 걸 알게 됐다. 신들도 죽음을 맞는다는 북유럽 신화는 다른 신화에 비해 다소 투박하고 거칠지만 웅장하고 서사적인 면이 강해서 동화나 판타지 소설, 게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 외에 친언니가족들이 살고 있는 인도와 일본의 신화도 인상적이었다. 바로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수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인도의 신은 자그마치 3억3천이 넘는데 그들의 근원을 따지면 하나의 신이 된다고 한다. 일본의 신은 800만에 이르는데 이자나기란 신이 황천에서 목욕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신들이 탄생한다고 한다. 




세계의 신들과 매일 조금씩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미 안면이 있는 신도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신들도 많았다. 물론 이 책에 세계의 수많은 신화와 신들이 모두 수록되었는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나름 의미 있는 책읽기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아쉬운 점도 있다. 신의 이름에 오류가 있거나 본문의 내용과 수록된 그림의 설명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신화를 제일 앞에 구성한 점은 좋았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에 비해 분량이 절반 정도에 그쳤다. 우리 신화를 단순히 알려주는 차원에서 그친 게 아닌가 싶다. 몇 년 전의 내가 그랬듯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신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특히 단군신화 이후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원이나 내용이 아닌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신화를 우리의 뿌리로 인식되려면 그 전환의 계기가 필요한데 그 점을 소홀히 한 것 같다. 좋은 예로 탁록대전이다. 그저 치우씨와 전쟁에 관해 얘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문의 ‘다시 보기’코너에서 그를 현재로 끌고 와서 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악마, 온 나라를 붉게 물들였던 그들의 상징인 치우천왕에 대해 소개하면 어떨까.




신화는 단순히 세상을 창조한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곳에 고인 물은 곧 썩기 마련이듯 신화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생활에서, 문화에서, 삶에서 신화가 녹아들게 하려면 흘러가는 역사와 함께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댓글(0)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읽어도 두고두고 질리지 않을 이야기
    from 감똘나라님의 서재 2010-03-24 17:31 
    이 책은 <세계의 모든 신화>와 비교해서 읽으면 좋은 책이다.이 책은 세계의 모든 신화와 달리 구성이 창세부터 건국까지 진행되도록 하였으며 알기 쉽게 정리했다.  이 책은 세계의 모든 신화에 없는 우리 신화와 몽골신화,오세아니아 신화가 들어있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신화를 잊어가는것 같아 아쉽다.하지만 이 책은 동남아시아 신화를 뺀 것이 아쉽다.하지만 중국신화나 일본신화를 더 쉽게 시간이 흐르듯 구성되었고 몽골신화의 경